트럼프 "AI가 문명 위협? 호들갑 떨지 마라"
실리콘밸리 "통제 불능 초인적 시스템 질주" 잇단 경고
美 정치권은 "中 킬러 로봇이 더 위험"…'죄수의 딜레마'에 규제 마비
[파이낸셜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의 폭주를 우려하며 '속도 조절'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들갑"이라며 일축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자칫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미 정치권은 통제 불능의 AI 위협 앞에서도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 둔버그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AI 규제 필요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부정적인 세력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들고나와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AI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싶다"며 "AI에서 승리하는 자가 결국 승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성 확보나 규제보다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우위가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확산하는 'AI 종말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AI 모델이 치명적 수준에 도달하기 전 1~2년가량 개발 속도를 늦춰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 관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제3자 평가자 도입 등에 찬성했다.
빅테크 내부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최근 앤트로픽을 사임한 엔지니어 제이컵 콕슨은 "선두 기업들이 겉으로는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실제로는 무엇이든 해킹하고 하루아침에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초인적 시스템'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AI가 스스로 진화하는 '재귀적 자가 개선'을 통해 생물학 무기를 설계하거나 주요 통제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다는 실존적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NYT는 이러한 실리콘밸리의 절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치권은 완전한 마비 상태라고 진단했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속도전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정책 추진이 가로막혀 있다는 것이다.
의회 역시 미·중 양국이 얽힌 '죄수의 딜레마'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규제 입법이 자칫 미국의 혁신을 질식시키고 중국에 AI 주도권을 헌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상원 상무위원장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의원은 AI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통제 움직임에 대해선 "중국산 킬러 로봇보다는 미국산 킬러 로봇이 낫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초지능 AI 개발 금지 등을 역설하고 있으나,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극심한 분열 탓에 실질적인 법안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인류 문명에 대한 실존적 위협 경고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패권전과 얽힌 복잡한 셈법 탓에 브레이크 없는 AI 질주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