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9개 읍면 7만1401㏊ 드론 촬영… 겨울채소 수급예측 '필지 단위'로
농촌경제연구원, 6억4870만원 조사 발주
9개 읍면 1㎝급 촬영… 안덕면 신규 포함
무·양파 네 차례 재촬영해 수확 진행 추적
1000개 필지 대조… 농업관측·수급분석 활용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겨울채소 주산지 9개 읍·면 7만1401㏊를 드론으로 촬영해 밭 한 필지마다 실제 재배작물을 판독하고 무와 양파는 수확기까지 반복 촬영하는 대규모 농업관측이 추진된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연구원은 '2026년 항공촬영 방식 활용 겨울채소 재배 및 수확면적 조사 제주권역' 사업을 발주하고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기초금액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6억4870만원이다. 계약기간은 계약 체결일부터 내년 6월15일까지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드론 촬영이 아니다.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제주 겨울채소의 실제 재배면적과 품목, 수확 진행률을 필지 단위 공간정보로 구축해 농업관측과 수급분석에 활용하는 데 있다.
조사 대상은 제주시 구좌읍·애월읍·조천읍·한경면·한림읍과 서귀포시 대정읍·성산읍·안덕면·표선면 등 9개 읍·면이다. 안덕면은 올해 새로 포함됐다.
촬영 대상면적은 모두 7만1401㏊다. 성산읍이 1만3291㏊로 가장 넓고 대정읍 1만2668㏊, 구좌읍 1만1700㏊, 한경면 9080㏊, 표선면 8111㏊ 순이다. 애월읍 5071㏊와 조천읍 4832㏊, 한림읍 3338㏊, 안덕면 3310㏊도 포함된다.
품목 판독에 사용하는 영상은 공간해상도 1㎝ 이하가 원칙이다. 필지마다 최소 한 장 이상의 고해상도 영상을 확보하고 판독이 어려운 경우 다시 촬영하도록 했다. 기상 악화나 비행승인 문제로 드론을 띄우기 어려운 곳은 조사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필지 사진과 위치정보를 확보한다.
판독 대상도 세분화했다. 양파와 마늘, 무, 당근, 양배추, 감귤, 감자, 쪽파를 각각 구분하고 기타 작물과 시설재배지, 휴경지, 비경지까지 분류한다. 한 필지에서 여러 작물을 함께 재배하는 경우에도 주작물과 혼작 작물의 면적을 나눠 산정한다.
영상 판독자의 주관을 줄이는 장치도 마련했다. 동일 필지를 서로 다른 판독자가 두 차례 이상 확인하고 오분류가 다수 발견된 작물은 전체를 다시 분류하도록 했다. 자동분류 모델을 사용할 경우 적용한 모델과 성능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배면적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실제 수확 진행까지 추적한다는 점이다.
무와 양파는 첫 촬영에서 재배 필지를 확인한 뒤 수확기에 다시 드론을 띄운다. 무는 구좌·조천·한경·대정·성산·안덕·표선 등 7개 읍·면, 양파는 구좌·한경·대정 등 3개 읍·면이 대상이다.
두 품목 모두 수확기에 네 차례 촬영한다. 앞선 영상과 새 영상을 비교해 이미 수확된 면적과 밭에 남아 있는 면적을 계산한다. 수확 작업이 진행 중인 필지도 촬영 시점에 남아 있는 작물 면적을 기준으로 기록한다.
분석 속도도 농업관측 활용을 고려해 촘촘하게 정했다. 첫 재배면적 조사 결과는 오는 12월11일 초안과 12월18일 최종본을 제출하도록 했다. 두 번째 재배면적 조사 결과는 내년 1월22일까지 내놓는다. 무와 양파 수확면적은 각 촬영을 마친 뒤 4일 이내 분석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결과물은 단순한 통계표가 아니다. 필지별 위치와 품목, 재배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정보와 항공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농업관측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품목별 분포도도 만든다.
정확성을 따로 검증하는 절차도 있다. 재배면적 판독이 끝나면 무작위로 선정한 1000개 필지를 직접 찾아 드론 영상에서 분류한 작물과 현장에서 실제 재배되는 작물을 대조한다. 중대한 오류가 확인되면 해당 지역이나 품목을 다시 촬영하거나 재분류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이 제주 겨울채소 생산현장을 이처럼 세밀하게 추적하는 데는 월동채소 특유의 수급 변동성이 자리한다.
제주도 농업기술원 분석에서 2024년산 월동무와 당근은 공급 부족으로 도매가격이 전년보다 각각 68%, 70% 올랐다. 반면 2025년산 주요 월동채소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 확대로 가격이 약세를 나타냈다. 생산량의 작은 변화가 산지가격과 농가소득은 물론 소비자가격과 저장·출하 물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제주도 역시 생산량을 미리 파악하기 위한 자체 관측망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월동무와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양파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농가 약 500곳과 종자·유통업체 31곳의 재배의향과 종자 신청량 등을 조사했다.
농가가 무엇을 심을 예정인지 먼저 파악하고 종자 수요를 통해 파종 규모를 예측한 뒤 KREI의 항공영상으로 실제 재배면적을 확인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KREI도 이번 사업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농업관측보 작성과 수급분석 등에 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종 결과물에는 사업 성과와 한계, 향후 개선방안과 공간정보 활용방안도 담도록 했다.
관건은 약 6억5000만원을 투입해 확보한 정밀정보가 실제 정책 판단을 얼마나 앞당기느냐다.
재배·수확면적의 정확도가 높아지더라도 생산량과 가격은 작황과 기상, 저장량, 소비와 수입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드론 관측자료가 기존 생산량 예측을 얼마나 개선하고 산지 출하조절이나 비축·수매 등 수급정책 결정에 어느 정도 활용되는지가 사업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