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려난 외국인 화이트칼라..日신규 입국 40% 급감
IT·통번역 초급 일자리 직격탄
취업비자 심사 강화 '이중고'
지난해 체류자 47만명 달했지만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력 약화"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에서 일하려는 외국인 화이트칼라 인재의 신규 입국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20~40% 급감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정보기술(IT)과 통번역 분야의 초급 일자리가 줄어든 데다 일본 정부가 취업비자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하는 일본이 외국 인재 확보와 부정 취업 방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이하 기인국)' 재류자격을 취득해 일본에 새로 입국한 외국인은 지난해 9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도 감소 폭이 20~40%에 달했다.
기인국은 IT 엔지니어와 통역, 해외 영업 등 외국인 화이트칼라 근로자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다. 신규 입국하거나 유학비자 등에서 체류자격을 변경해 취득한다. 지난해 말 기준 기인국 체류자는 47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약 20%를 차지했다. 취업 목적 재류자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급격한 감소 배경으로는 AI에 따른 채용시장 변화가 꼽힌다. 오사카의 한 IT 전문학교에서는 내년 봄 졸업 예정인 유학생 약 40명 가운데 이달 초까지 취업 내정을 받은 학생이 몇 명에 불과했다. 예년 같으면 10여명이 취업처를 확정했을 시기다. 이 학교에서 매년 유학생을 채용했던 한 IT 기업은 내년 채용 인원을 '0명'으로 정하며 "더 이상 초급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통보했다.
통번역 시장의 충격은 더 크다. 외국인 대상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코스의 관련 매출은 정점을 기록한 2023년의 약 30%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수십 건에 달했던 외국인 인재 소개·파견도 현재는 몇 건에 그치고 있다.
경력직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대학을 졸업하고 엔지니어 경력 7~8년과 일본어능력시험 최고 등급인 N1을 보유한 중국인 구직자조차 대기업 채용에서 탈락했다.
일본 정부의 심사 강화도 외국인 인재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기인국 비자로 입국한 뒤 공장과 음식점, 숙박시설 등에서 단순노동을 하는 이른바 '위장 기인국'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에는 아이치현에서 기인국 자격을 보유한 베트남인 약 200명이 제조 현장에 불법 파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외국인을 보내는 파견업체와 실제 근무지 기업에 자격 외 단순노동을 시키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통역과 호텔 프런트 등 일본어로 고객을 응대하는 직종에 일본어 능력 증명도 의무화했다.
문제는 부정 취업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가 정상적인 외국인 채용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중부 지역의 한 호텔 운영회사는 지난해 가을 입국관리 당국으로부터 외국인 직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회사 측은 "외국인 직원이 없으면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심사 기준이 인력난을 겪는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고 호소했다.
스기타 쇼헤이 변호사는 "심사 강화와 기업의 채용 축소가 이중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기인국 인재의 일본 입국이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방일 관광객 응대와 해외 영업 등에서는 외국인 인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사이에서는 비자 갱신이 거절될 수 있다는 불안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 취업이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학교 설명회 참가자가 1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전문학교도 등장했다.
외국 인재들이 일본 대신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커졌다. 닛케이는 "국경을 넘는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본이 계속 선택받는 나라로 남으려면 해외 인재를 환영한다는 정책 방향을 다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