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 전화 한통만 했더라도…" 50년을 울었다[잃어버린 가족찾기]
시어머니가 입양 보낸 딸 찾는 정호남씨
방송에 비슷한 아이 나왔다는데 기회 놓쳐
"첫째 딸 정길주, 식사하러 찾아왔으면"
"방송국에서 실종 아동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했는데 거기서 잃어버린 딸 같은 아이가 나왔대. 남편만 방송을 봤는데 방송국에 전화만 한 통 했더라면 하는 원망도 많이 했지."
정호남씨는 50년전 잃어버린 첫째 딸 정길주씨(현재 나이 54세)를 떠올리며 지금은 고인이 된 첫 남편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KBS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4년까지 실종아동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정씨는 동네 사람들에게 2011년 방송에 '눈이 크고 대구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종 고모와 함께 방송국을 찾았다. 하지만 방송국은 당시 내부 사정으로 자료를 보존하지 않은 채 프로그램이 폐지된 상황이었다. 방송에 나온 여자 아이가 1976년 잃어버린 자신의 딸이 아닐수도 있었지만 정씨는 남편을 크게 원망했다.
정씨가 20대 초반에 만난 남편은 '마마보이에 생활력도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진주조개를 가공해 일본에 수출하는 공장과 제약사 등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당시에는 여성이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네 살, 두 살배기 딸을 두고 집을 나와 생활했다. 종종 남편과 함께 딸들을 봤는데 어느 날은 남편이 딸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캐물으니 "엄마(시어머니)가 두 딸을 입양 보냈고, 어디로 보냈는지는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후에 수소문을 해보니 정길주씨는 대구에 있는 한일호텔 지하에서 660㎡ 규모로 장사를 하는 집으로 입양이 됐다고 한다. 일하던 직원들을 '이모 이모' 하며 잘 따랐는데 어느 날 집을 찾아간다고 나갔다가 실종됐다.
정씨는 "딸과 함께 살 때 너무 힘들어서 딸에게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딸이 '엄마, 죽지마 살아야 돼'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딸을 잃어버리고 남양주 경찰서 이근수 경장이 있을 때 방송을 한 번 한뒤 대구 수성경찰서에는 DNA를 제출했고, 3년 전에는 수성구에 현수막도 걸었지만 감감 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첫 딸과 함께 다른 곳으로 입양됐던 둘째 딸은 수소문해서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그 딸은 주민등록번호도 바꾸고 연락을 해도 자신을 부담스러워 했다.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김장도 해주고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주려고 했지만 좋은 소리도 듣지 못했다. 둘째 딸은 낳아준 어미에게 "기억도 없고, 감정도 없다"고 했다.
정씨는 "첫 남편과 이혼한 뒤 어쩌다보니 세 번째 딸을 낳아서 혼자 키웠다"고 했다. 1989년도에 재혼을 해서 네 번째 딸을 낳았다. 재혼한 남편도 현재는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정씨 혼자 경남 함양에 내려와 살고 있다. 옥수수, 쪽파, 들깨 등을 심어 먹고 살고 있다. 무릎도 안 좋고 손가락도 아프지만 병원에는 잘 가지 않는다.
그는 잃어버린 첫째 딸이 여전히 그립다. 정씨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라고 한다면 명절 때 밥이라도 같이 먹고 해야 좋은 건데 첫째 딸은 이름도 없고 고아로 컸을 것 같아 미안하다. 외로우면 식사라도 하러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