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송유관 폐쇄에 브렌트유 108달러
이라크발 드론 공격에 하루 700만배럴 동서 송유관 폐쇄
얀부항 하루 260만배럴 수출도 위험…"재고 버티는 5~7일이 분수령"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핵심 송유관까지 폐쇄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로 원유를 빼내던 대체 수송로까지 막히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오전 8시30분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 가량 오른 배럴당 103.14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3.42% 상승한 배럴당 108.19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지난주에만 약 9% 뛰었다.
유가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사우디의 동서(East-West) 송유관 폐쇄다. 지난 10일 이라크에서 발사된 드론이 송유관을 파손하면서 사우디 정부는 가동을 중단했다. 사우디 정부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나 가동 재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하루 최대 700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동서 송유관은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지역과 홍해 연안의 수출 터미널을 연결한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놓고 충돌하면서 사우디는 이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 수출 물량을 홍해 쪽으로 돌려왔다. 사실상 호르무즈해협의 공급 차질을 막아온 핵심 우회로다.
문제는 송유관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다. 최근 7일간 홍해 얀부항에서 수출된 원유는 하루 평균 260만배럴에 달했다. 자니브 샤 리스타드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의 현지 재고가 단기적으로 수출 차질을 완충할 수 있다면서도 "공급 차질이 재고로 버틸 수 있는 5~7일을 넘어가면 상황은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의 원유 수송망을 둘러싼 긴장도 확산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13일 또 다른 유조선이 공격받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과 걸프 아랍국가들이 호르무즈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오만에서 열 예정이던 외교 회의도 송유관 공격 이후 연기됐다.
여기에 친이란 후티 반군은 홍해 남부와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의 전략적 요충지까지 장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호르무즈해협과 홍해라는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유가를 다시 밀어올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