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제주공항서 관제교신 90분 청취… 10대 중국인 출국정지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7일 4층 전망대서 현행범 체포
입국 당일 중국서 가져온 무전기 사용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불구속 입건
송신·운항방해 미공개… 대공 연관성 수사

제주국제공항 관제탑과 활주로 전경. 경찰은 지난 8월27일 공항 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에서 휴대용 무전기로 항공 관제교신을 약 1시간30분 동안 청취한 혐의로 10대 중국인 관광객을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국제공항 관제탑과 활주로 전경. 경찰은 지난 8월27일 공항 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에서 휴대용 무전기로 항공 관제교신을 약 1시간30분 동안 청취한 혐의로 10대 중국인 관광객을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인 제주국제공항에서 휴대용 무전기로 관제탑과 항공기 사이 교신을 1시간30분가량 청취한 혐의로 10대 중국인 관광객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 당일 중국에서 무전기를 가져와 제주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경찰은 출국정지 조치를 하고 청취 목적과 대공 관련성까지 조사하고 있다.

14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중국 국적 A씨는 지난 8월27일 제주공항 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에서 무전기로 항공 관제교신을 약 1시간30분 동안 청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망대에 있던 이용객이 A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공항 측에 알렸고, 현장을 확인한 공항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외국인인 A씨에 대해 출국정지 조치를 내리고 장시간 관제교신을 청취한 목적과 장비 반입 등 구체적인 사건 경위와 대공 혐의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사건 당일 제주에 입국했으며 사용한 무전기는 중국에서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관제 주파수 자체가 비밀정보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간행물에는 제주공항의 접근·출발관제와 관제탑, 지상관제 등 항공교통업무에 사용하는 무선 주파수가 공개돼 있다. 항공기가 관제기관과 정상적으로 교신하려면 조종사 등이 사용 주파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의 초점은 공개된 주파수를 알아낸 행위보다 전기통신의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무전기를 이용해 실제 송수신 중인 관제교신을 장시간 청취한 행위와 그 목적에 맞춰져 있다.

항공 관제교신은 관제사와 조종사가 항공기의 이륙·착륙과 활주, 고도·방향 변경 등 안전운항에 필요한 지시와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무선 등 전자적 방식으로 음향이나 정보를 송수신하는 행위를 전기통신으로 규정한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기계장치 등을 이용해 송수신되는 통신 내용을 실시간으로 듣거나 알아내는 행위는 감청 여부의 판단 대상이 된다.

제주국제공항 여객터미널과 관제탑 전경. 경찰은 지난 8월27일 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에서 휴대용 무전기로 관제탑과 항공기 사이 교신을 약 1시간30분 동안 청취한 혐의로 10대 중국인 관광객을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 A씨는 다른 이용객의 신고로 현장에서 적발됐다. 사진=한국공항공사 제공
제주국제공항 여객터미널과 관제탑 전경. 경찰은 지난 8월27일 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에서 휴대용 무전기로 관제탑과 항공기 사이 교신을 약 1시간30분 동안 청취한 혐의로 10대 중국인 관광객을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 A씨는 다른 이용객의 신고로 현장에서 적발됐다. 사진=한국공항공사 제공

무전통화 청취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2003년 렉카업체가 무전기를 이용해 한국도로공사 상황실과 순찰차 사이의 무선통화를 실시간으로 청취한 사건에서 해당 무선통화를 전기통신으로 보고 당사자의 동의 없는 청취를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으로 판단했다.

다만 해당 판례와 이번 사건은 사용 장비와 구체적인 통신 방식 등 사실관계가 같지 않다. A씨의 행위가 법률상 감청에 해당하는지는 장비의 성능과 사용 방식, 실제 청취 경위 등을 토대로 수사와 사법절차에서 판단하게 된다.

대법원은 감청의 '현재성'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미 송수신이 끝나 저장된 통신 내용을 나중에 보는 경우와 달리 전기통신이 실제 송수신되는 순간 장비를 이용해 내용을 취득하는 경우를 감청의 대상으로 판단해 왔다.

사건 장소 역시 보안상 주목된다. A씨가 적발된 곳은 일반 이용객이 접근할 수 있는 제주공항 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다.

반면 제주공항 자체는 국가보안 가급인 국가중요시설 최고 등급으로 관리된다. 올해 제주공항에서는 비행금지구역 내 드론 비행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국가중요시설을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보안위험에 대한 현장 대응 필요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공항 내부 공개공간에서 별도 무전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행동이 공항 자체 탐지보다 이용객 신고를 계기로 확인됐다는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경찰 수사의 핵심은 A씨가 입국 당일부터 왜 항공 관제교신을 장시간 들었는지와 어떤 정보를 취득했는지, 이를 저장하거나 전달했는지, 무전기의 송신 기능까지 사용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이들 사실이 확인돼야 단순한 불법 청취 사건인지, 추가적인 보안 목적이 있었는지와 실제 공항 보안 위험 수준도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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