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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 법원' 신경전 번진 헌법소원 사건, 결과는?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스1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스1

[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가 선고를 4년간 내놓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17일 통일TV 대표 진천규씨가 청구한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9명 중 8명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북한으로부터 물품을 반입하려는 사람이 품목과 거래 형태, 대금결제 방법 등에 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해 승인 없이 물품을 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북한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이 미리 계획하지 않은 물품을 취득한 경우에도 승인 없이 임의로 북한으로부터 물품을 반입하는 경우 이를 사후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한의 민감하고 특수한 관계와 국제관계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미승인 물품 반입을 형사제재로 규율하는 것이 입법재량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행자가 휴대할 필요가 있는 물품이나 통상적인 기념품 등은 포괄적으로 승인할 수 있고, 포괄적 승인 대상이 아니더라도 귀환 후 반입 승인을 받은 뒤 물품을 들여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헌재는 남북교류협력이 일관성을 갖고 추진되도록 하는 공익에 비해 승인받지 않은 물품을 반입하지 못해 제한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평화통일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기여하고 정전 상태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남북 간 물적 교류를 조정·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통일부 장관이 물품의 품목과 거래 형태, 대금결제 방법 등을 검토해 승인하도록 한 제도가 헌법 전문이나 평화통일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정계선 재판관은 미승인 물품 반입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정 재판관은 정기적·상업적 교역과 달리 단발적인 물품 반입이나 여행 중 미리 예상하지 못한 물품을 취득한 경우 사전에 승인 신청 서류를 갖추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물품이 국가안보를 해치거나 보건상 위해가 있는지 등 자체적인 유해성과 관계없이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정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결국 승인을 받지 않은 점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해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진씨는 지난 2020년 10월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 18점과 영상자료(CD) 14점 등 총 146점의 물품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진 씨는 이 물품들을 들여오면서 통일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씨가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돼 법원은 동일한 벌금액으로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진씨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2022년 6월 1심은 진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압수 물품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 아울러 진 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진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뒤 헌재에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소원의 결과가 해당 형사 사건 결론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대기했으나, 헌재는 이를 4년째 심리 중이었다.

이에 2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는 지난 6월 진씨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해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아울러 설명자료를 통해 헌재의 재판 지연이 부작위(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않은 것) 처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법원과 헌재가 재판소원 시행과 맞물려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진씨의 항소심 재판은 헌재 결정에 따라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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