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뒤 진폐 악화된 광부... 대법 "재해위로금 줘야"
'폐광일 현재 요양급여 수급·신청자' 요건 두고 1·2심 지급 거부
대법 "진폐 특성 고려해야... 평등원칙 반하는 결과" 파기환송
[파이낸셜뉴스] 폐광 전에 진폐증 진단을 받은 광산 근로자가 폐광 당시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장해가 악화돼 장해등급 판정을 받았다면 재해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3일 숨진 광산 근로자 A씨의 배우자와 자녀 등 4명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낸 재해위로금 지급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2년 12월부터 1995년 1월까지 전남 화순의 한 탄광에서 채탄부로, 1996년 6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충북 보은의 다른 탄광에서 갱도를 뚫는 굴진부로 일했다. 채탄부로 근무하던 1994년 10월 진폐증 제1형 진단을 받았고, 굴진부로 일하던 2003년 10월 장해등급 13급 판정을 받았다. 두번째 탄광이 2009년 7월 폐광한 뒤 A씨의 상태는 계속 악화돼 2013년 11급, 2015년 7급 판정을 받았고 2017년 6월 숨졌다. 유족들은 최종 장해등급인 7급을 기준으로 재해위로금과 지연손해금을 달라며 2024년 3월 소송을 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 제41조 제4항 제5호 나목의 적용 범위였다. 이 조항은 재해위로금 지급 대상을 "업무상 재해를 입고 폐광일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받고 있거나 요양급여를 신청한 자로서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로 정하고 있다. 2000년 개정으로 요양급여 수급·신청 요건이 새로 붙은 조항이다.
1심과 2심은 모두 유족 측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폐광일 현재 요양급여를 받거나 신청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2심은 유족 측이 진폐예방법상 건강진단비와 이송비를 받은 것을 요양급여 수급과 같다고 주장한 데 대해, 건강진단은 조기 발견과 예방이, 요양급여는 이미 발생한 재해의 치유가 목적이라며 같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행령 문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진폐증이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 작업장을 떠난 뒤에도 진행되며 그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앞세웠다. 요양급여는 주로 진폐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지급되는 만큼, 진폐 근로자는 요양급여를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이 조항을 진폐증에 그대로 적용하면 폐광 전까지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다가 폐광 후 합병증이 생긴 근로자를 지급 대상에서 빼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과는 폐광일 전 합병증이 발현된 근로자와 비교할 때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이러한 처우를 합리화할 근거를 발견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합병증이 폐광 전에 나타날지 후에 나타날지는 "예측 곤란한 진폐증의 진행 속도에 따른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2000년 개정 당시 제시된 이유 가운데 장해등급 확정을 미루며 위로금을 노리는 이른바 '나이롱환자'를 차단한다는 취지가 있었지만, 이는 진폐증 환자와는 무관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진폐증에 관한 조항 해석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을 파기했다. 2019년 7월 선고에서 폐광 후 장해가 악화된 경우 개정 전 조항의 '장해등급 미확정자'에 해당한다고 본 선례의 취지를, 요건이 추가된 현행 조항에까지 넓힌 판결로 평가된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