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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제청 요청할 수 있나"...조희대, 청와대 요청 거부(종합)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희대, 청와대 요청 문서에 헌법적 사유·근거 없다고 지적...손봉기 제청 유지
법조계 "제청권·임명권은 독립된 권한, 거부하려면 근거 대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사법연수원 13기)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공식 거부하면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할 수 있느냐'는 법학적 물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별개의 권한인 만큼,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정오 언론 공지를 통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지난달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이라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 헌법 제82조를 들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고 밝혔다.

■ "제청권과 임명권, 어느 쪽도 우위 아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과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는 모두 현행 헌법 아래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전례가 없었던 만큼 두 권한의 경계도 그동안 따져볼 일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기존에는 제청행위가 제청자인 대법원장과 제청 상대방인 대통령 두 사람의 예우와 양해 속에 이뤄져 제청권과 임명권이 대립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고 경계도 명확하지 않았다"며 "제청권과 임명권이 각자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별개의 권한인지, 아니면 하나의 절차 안에서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두 권한이 구분되는 이상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한 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청하는 것은 두 개의 독립된 권한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인 제청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제청권과 임명권 가운데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법원장의 제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임명권을 행사해 임명을 거부하면 된다"고 말했다.

■ 여권 "사법행정 비판"...서면 제청 경위도 공방
여권은 재제청 요청이 제청권 침해가 아니라 사실확인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한 여권 중진 의원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행정에 대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경필 대법원 법원행정처장·대법관(사법연수원 23기)이 국회 법사위에 나와 후보추천위를 통해 선정된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추천위를 다시 구성하는 데 동의하는지 물었다고 진술했다"며 "이것이 후보들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고, 국회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처장과 대법원장에게 물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제청 방식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번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4기)에 대한 제청은 서면으로 이뤄졌는데,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사법연수원 18기)이 관례에 따른 면담 기회를 주지 않아 청와대 참모진과 사전 협의를 거쳐 서면 제청을 했다는 입장이다. 노 처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청와대에 대법원장과 대통령 간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서면 제청 방식을 누가 제안했느냐는 질의에 "민정수석과 합의해서, 협의해서 정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지만 사법부와 청와대 사이에 소통은 있었던 것은 인정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대법관 제청의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서면 제청 여부 등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선 협의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청했고, 조 대법원장은 25일 만에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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