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조 만기에 73조 투자까지… 한전債, 채권시장 변수로
삼성·SK 전기요금 선납 무산
육지 SMP 두달새 30% 급등
한전, 자금조달 부담 더 커져
한전채 순발행 규모 늘어날 듯
한국전력이 60조원이 넘는 한전채의 '만기벽'을 앞두고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향후 2년4개월 안에 49조원이 넘는 한전채 만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73조원 이상의 전력망 투자도 예정돼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25조원 규모의 전기요금을 선납받으려던 구상까지 무산되면서 한전채 순발행 규모가 채권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9조 만기인데 전력망에 73조+
22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한전채 발행잔액은 약 60조6200억원이다. 올해 연말까지 18조400억원, 2027년 16조7000억원, 2028년 14조6600억원 등 향후 2년4개월 안에 총 49조4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잔액의 약 81.5%에 해당한다.
문제는 기존 빚을 갚는 시기에 대규모 신규 투자가 겹친다는 점이다.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상 오는 2038년까지 필요한 국내 전력망 투자액만 약 73조원이다. 이후 추가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계획까지 감안하면 실제 투자액은 이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AI 시대에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한전 단독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전의 채무부담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며 창출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상당 부분을 이자지급과 이미 계획된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외부자금 활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력망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전기요금 선납도 사실상 무산됐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원 등 5년치 전기요금 25조원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양사는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25조원 전액이 한전채 발행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납이 무산되면서 송·변전망 투자비를 자체 현금이나 차입 등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야 할 부담은 남게 됐다.
■SMP 30% 뛰어…한전채 공급도 변수
전력구입비의 주요 변수인 계통한계가격(SMP)도 상승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육지 SMP는 지난 6월 kWh당 114.11원에서 7월 133.79원, 지난달 148.39원으로 두 달 만에 약 30% 뛰었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약 26% 높다.
SMP 상승분이 한전의 전력구입비에 일대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수준이 지속되면 영업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한전은 기존 한전채 차환과 신규 전력망 투자, 전력구입비 상승이라는 세 갈래 자금 부담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것도 한전채 순발행 규모다. 기존 채권의 차환 발행에 전력망 투자용 신규 발행까지 겹치면 한전채 공급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어서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앞서 반도체 기업의 전기요금 선납이 현실화할 경우 한전의 자금조달 부담을 일부 완화하고 공공기관 채권 공급 증가에 따른 상위등급 크레딧의 수급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25조원 선납 카드가 무산되면서 이 같은 완충효과를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정부의 국채 발행 수요가 있는 만큼 회사채에 대한 구축효과가 있다"며 "시장 금리 인상과 발행기업의 재정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전채에 대한 연기금과 보험사의 수요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했는데도 적정 수요가 없으면 단기금리 시장의 충격이 커져 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