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개정 과거사법, 재판 중인 사건에도 적용"... 소멸시효 패소 유족 구제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1949년 영덕 민간인 학살 유족, 2012년 소송선 시효 완성 패소 대법, 직권으로 개정 과거사정리법 부칙 적용해 파기환송

연합뉴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 시행된 개정 과거사정리법 부칙의 적용 범위가 대법원 판단으로 처음 정해졌다.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이미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도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건에도 이 조항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3일 오전 한국전쟁 전 경찰에 총살당한 희생자의 유족 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희생자는 1949년 7월 경찰의 좌익세력 소탕작전 과정에서 재판 절차 없이 총살됐다. 유족들은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사망 시점부터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이 판결은 2014년 확정됐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8월 경북 영덕 군경이 좌익활동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민간인 20명을 적법절차 없이 살해한 것은 불법이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를 권고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2024년 다시 소송을 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한 종전 패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도 미치는지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같았다. 1심은 진실규명 결정이 선행 사건의 증거자료를 보강하는 자료에 불과할 뿐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배제하는 새로운 사유는 아니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같은 결론을 내면서, 국가가 명예회복과 화해권유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해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물리쳤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판단했다. 지난 2월 5일 전부 개정돼 같은 달 26일 시행된 과거사정리법이 근거가 됐다. 개정법은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사건의 손해배상청구권에 장기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면서, 부칙에서 법 시행 전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청구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도 시행일부터 3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부칙이 "국가가 과거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의 희생자 및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이 철저하지 못하였던 점에 대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을 총체적으로 구제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법 시행 이전에 진실규명 결정이 이뤄졌다면 종전 판결의 청구금액과 상관없이 다시 청구할 수 있고,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던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대법원 #패소 #유족 #과거사법 #소멸시효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