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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과거사 피해 구제 문턱 낮췄다... 같은날 2건 잇따라 파기환송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면소판결도, 시효 완성 패소도 배상 길 열려"... 대법 과거사 판단 2건
대구 미문화원 사건 "면소사유 없었다면 무죄였을 개연성 증명되면 배상"
영덕 민간인 학살 "개정 과거사법 부칙, 재판 중인 사건에도 적용"

대법원 대법정 홀. 사진=김동규 기자
대법원 대법정 홀. 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과거사 사건 2건에서 잇따라 피해자 구제 범위를 넓혔다. 재심에서 무죄가 아닌 면소판결을 받은 피해자, 그리고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이미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유족 모두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길이 열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지난 23일 1983년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피해자와 유족 등 7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주심 엄상필 대법관)과 1949년 경북 영덕 민간인 희생사건 유족 등 6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주심 오석준 대법관)에서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각각 서울고법과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면소판결 받았어도 배상"

대구 미문화원 사건 피해자들은 1983년 9월 폭파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영장 없이 연행된 뒤 수일에서 1달여 동안 불법구금됐다. 조사 과정에서 구타와 진술 강요, 고문을 당했고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재심에서는 결론이 갈렸다. 구 집시법 위반 부분은 해당 조항이 나중에 삭제돼 형이 폐지됐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이 선고됐고, 피해자 1명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부분만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1심과 2심은 면소 부분을 제외하고 무죄가 확정된 부분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인정해 212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면소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소사실의 내용과 재심개시 이유, 형사보상 결정 여부 등을 종합해 "면소사유가 없었더라면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문으로 얻은 진술을 빼면 나머지 증거의 증명력이 부족한 점, 형사보상 사건에서 법원이 면소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를 받을 현저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재심으로 유죄판결의 확정력이 배제되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수사 단계의 피해와 복역으로 인한 피해를 구분해 권리를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1월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의 권리행사 기대가능성 법리를 적용해, 재심 면소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단기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했다.

"시효 완성 패소했어도 다시 청구"

영덕 사건 희생자는 1949년 7월 경찰의 좌익세력 소탕작전 과정에서 재판 절차 없이 총살됐다. 유족들은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사망 시점부터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청구를 기각했고, 이 판결은 2014년 확정됐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8월 경북 영덕 군경이 좌익활동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민간인 20명을 적법절차 없이 살해한 것은 불법이라며 공식 사과와 피해 회복 조치를 권고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2024년 다시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은 선행 사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와 무관하게 직권으로 판단했다. 지난 2월 5일 전부 개정돼 같은달 26일 시행된 과거사정리법이 근거가 됐다. 개정법은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사건의 손해배상청구권에 장기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면서, 부칙에서 법 시행 전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청구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도 시행일부터 3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부칙이 "국가가 과거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의 희생자 및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이 철저하지 못하였던 점에 대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을 총체적으로 구제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던 사건에도 부칙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개정 과거사정리법 부칙의 적용 범위를 대법원이 처음 정한 판단이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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