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영풍제지 주가조작' 주범 1심 징역 15년…벌금 3973억원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法 "시장 신뢰 훼손한 범죄…엄중 처벌 필요"
검찰 수사 착수 후 금감원 수집 자료 증거 배제
기소된 부당이득 7898억 중 1324억만 인정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씨 등 3명이 2023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씨 등 3명이 2023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영풍제지 주가를 조작해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직 총책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종열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총책 이진훈씨(57)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원을 선고했다. 1320억여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윤모씨와 김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6년과 벌금 3973억원, 징역 6년과 벌금 3867억원이 선고됐다. 이 밖에 시세조종에 가담한 공범 10여명에게는 징역 2년 6개월∼5년의 실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벌금형의 선고가 유예됐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가운데 보석 상태였던 윤씨 등의 보석을 취소했다.

이씨 등은 2022년 10월 25일부터 2023년 10월 17일까지 계좌 444개를 동원해 23만여차례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7800억원대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라며 "이 사건 범행으로 주가가 1년 사이에 14배가량 오르는 등 시장 왜곡 정도가 심했고, 피고인이 얻은 부당이득도 13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해당한다. 이렇게 큰 폭으로 상승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선량한 투자자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시세 조종이 사회적으로 많은 투자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며 "공정한 거래 질서를 조성하고 시세 조종 범죄 재발을 방지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이씨가 범행 전반을 기획·주도하면서 조직원을 모집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한편, 범행에 동원할 계좌와 자금을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 밀항을 시도한 점과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공범들의 가담 정도를 진술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기여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2023년 10월 4일 이후 금융감독원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추가로 금융자료를 수집한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봤다. 금감원의 추가 조사가 행정조사 형식을 갖췄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범죄수사의 일환인 만큼 영장에 따라 자료를 확보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이 이미 보유한 자료를 검찰에 제공한 것이 아니라 새로 자료를 취득해 조사했기에 단순한 사실조회로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이후 금감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사건 관련 증거를 확보했더라도 최초 자료 수집 과정의 위법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최초 조사 대상인 113개 계좌에서 2022년 10월 25일부터 2023년 8월 18일까지 발생한 실현이익 1324억여원만 부당이득으로 인정했다. 다만 일당이 444개 계좌를 이용해 2023년 10월 17일까지 시세조종 범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다른 적법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매차익을 다시 주식 매수에 사용해 실제 발생한 이익이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익을 실현한 뒤 이를 다시 범행에 사용했더라도 이익이 발생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해당 자금이 공범들에게 분배되기 전 이씨의 실질적인 관리 아래 운용됐다며 인정된 부당이득 전액을 이씨에게서 추징하도록 했다.
이씨의 도피를 도운 신모 변호사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범인도피 방조죄가 인정된 김모씨에게는 벌금 250만원이 선고됐으며, 도피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김모씨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조947억여원을 구형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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