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출범, 기업수사 총량 증가"...수사기관 간 경쟁 전망
[파이낸셜뉴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 이후 기업을 겨냥한 형사 수사의 총량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대형 로펌에서 나왔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지는 대신 중수청과 경찰,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수사·조사기관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기관 간 수사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 대표는 특히 중수청 조직 규모와 금융·공정거래 분야의 인력 확대에 주목했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직제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본청과 6개 지방청 체제로 총정원 2874명, 이 가운데 수사관만 2567명 규모로 출범한다. 서울청에는 1089명이 배치된다.
김 대표는 "중수청뿐 아니라 경찰, 공정위, 금감원 특사경 등 여러 수사기관의 역할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장은 검찰청 폐지 이후 기업 형사사건 대응의 핵심이 기존의 '경찰-검찰-법원'이라는 단선적 구조에서 벗어나 복수의 수사기관과 공소청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차호동 변호사는 "기존에는 경찰 수사 이후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기소 여부를 정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중수청과 경찰, 각종 특별사법경찰이 각각 독립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며 "사건이 어디에서 시작돼 어떤 기관으로 이동하는지 자체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변호사는 특히 기업 형사사건에서는 사건 결과뿐 아니라 이른바 '수사의 동선'까지 초기부터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형사변론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뿐 아니라, 사건의 속도와 동선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수사 초기부터 사건이 어느 기관으로 갈지, 공소청에서 어떻게 판단될지를 예상해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수청 출범 이후 금융·공정거래 분야 수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차 변호사는 중수청 조직에서 금융범죄와 공정거래 관련 부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람이 많아지면 수사 총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금융과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수사 확대를 예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범죄라고 하면 자본시장법이나 공정거래법 위반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수사의 출발점은 사기·횡령 등 일반 경제범죄인 경우도 많다"며 "작은 경제범죄 사건에서 시작해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대형 금융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의 역할도 단순히 축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차 변호사는 "공소청 검사는 더 이상 수사 주체라기보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심사하고 통제하는 역할로 정체성이 바뀐다"며 "영장 청구와 불송치 판단, 보완수사 요구 등의 과정에서 사법통제 기능은 오히려 중요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수사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홍정연 변호사는 검사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지됨에 따라 근로감독관이 검사 지휘 없이 입건할 수 있게 되는 점을 들어 "기존에는 입건 전 내사와 검사 지휘 등의 과정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이 단계가 줄어들 수 있다"며 "중대재해 사건의 입건과 송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사의 '지도·조언' 제도가 사실상 기존 수사지휘와 유사하게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홍 변호사는 "어떤 경우 검사가 직권으로 지도·조언을 할 수 있는지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범죄 영역에서는 수사 착수 시점 자체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천재인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의 수사범위 확대를 언급하며 "향후 금감원 특사경의 수사 총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그는 특히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 단계에서부터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천 변호사는 "과거에는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가 소명하면서 향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조사 단계부터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금감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시점부터 형사사건에 준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29년간 근무한 정규종 광장 수석전문위원도 "금감원 조사는 행정절차처럼 보이지만 조사 내용이 실제 형사 수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초 조사 단계에서 어떤 자료와 진술을 요구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조계는 검찰청 폐지 이후 수사권이 한 기관에서 여러 기관으로 분산되면서 기업의 대응 구조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수청과 경찰, 공정위, 금감원 특사경 등이 각각 기업·금융·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수사 역량을 확대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한 사건이 복수 기관의 조사·수사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최은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