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중대 정보유출 땐 1급까지 문책…최소 징계도 '감봉'으로 상향
247건 사고에도 기관장 징계 '0'…중대 사고 고위직 감독책임 명문화
서버·장비 출고 때 설정된 '초기 비밀번호' 안 바꿔도 징계 기준 마련
보안평가 153곳→2028년 2160곳…전담 조직 늘리고 처우 개선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공공부문에서 해킹 등으로 중대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부처 1급 등 고위직까지 징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비밀·개인정보 유출이나 보안 관리 소홀에 따른 해킹으로 정보가 유출됐을 때 최소 징계 수위도 견책에서 감봉으로 높아진다. 최근 5년여간 공공부문 정보 유출 사고가 247건에 달했지만 징계는 9건에 그치고 기관장이 징계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던 데 따른 조치다.
행정안전부·국가정보원·인사혁신처 등 관계 부처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 사이버보안 책임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황규철 행안부 인공지능정부실장은 "아주 기초적인 수칙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보안 의식의 부재"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온나라시스템 해킹 및 자료 유출과 한마음혈액원 랜섬웨어 감염에 이어 올해도 강원대병원·화순전남대병원 랜섬웨어 감염, 국립외교원 교육시스템 개인정보 유출 등이 잇따랐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해 위중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감독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을 명문화한다.
김재선 인사처 복무과장은 "지금도 일반적인 비위에 관리자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은 없었다"며 "관리자가 감독 책임을 태만히 한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범위는 부처 1급까지 올라간다.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공무원 징계령에 따른 징계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정무직 기관장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로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징계 하한선도 높인다. 현행 규정으로도 해킹 등에 따른 비밀 침해나 개인정보 관리 소홀은 사안에 따라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다. 다만 비밀·개인정보 유출이나 보안 관리 미흡에 따른 해킹으로 정보가 유출됐을 때 최소 징계 기준은 견책이다.
정부는 이를 감봉으로 한 단계 높인다. 김 과장은 "징계양정 최소기준을 견책에서 감봉으로 상향하겠다"며 "올해 안에 시행규칙을 개정해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보안수칙 위반도 구체적인 징계 대상으로 정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서비스 개통 전 보안 검토 누락, 방화벽 등 보안장비 관리 부실, 반복적인 보안수칙 위반, 발견된 보안 취약점의 장기간 방치 등을 명시한 처리 기준도 마련한다.
서버나 장비에 설정된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이는 개인이 평소 사용하는 비밀번호가 아니라 서버나 장비가 출고될 때 제조사가 기본으로 설정한 비밀번호다. 김경직 행안부 디지털보안정책과장은 "초기 비밀번호는 공장에서 제품이 나올 때 모든 기기에 동일하게 설정돼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시스템을 설치할 때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 기본적인 보안 수칙"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평가도 확대한다. 현재 국정원의 사이버보안 실태평가 대상은 153곳으로 평가가 가능한 국가·공공기관 2160곳의 7.1%에 불과하다.
정부는 내년 기타공공기관·지방공기업·시·도교육청 등을 추가해 868곳으로 늘리고 2028년부터 2160곳 전체로 확대한다. 내년부터 중앙행정기관 정부혁신평가에서 중대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감점하고,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는 2028년도 평가부터 사이버보안 지표를 신설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자체에 과·팀 단위 전담조직 설치를 추진하고 민간 정보보호 전문가가 조직을 맡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보보호 업무에 별도 수당을 신설하고 근무성적평정 때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황 실장은 "이번 방안의 핵심은 단순한 징계 강화가 아니다"며 "보안을 '귀찮은 규제'가 아닌 '국가적 사명'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