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리는 중동 원유시장… 호르무즈 리스크 재고조
OPEC+ 산유량 동결 합의, 사우디는 아시아 수출 가격 인하
[파이낸셜뉴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을 겨냥한 새로운 공격이 잇따르면서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해가던 중동 국가들의 원유 수출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주요 산유국들은 다음달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로 수출되는 원유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를 인용해 지난달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만 최소 8건의 선박 피격이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지난 3일 공용 선박 채널 라디오 방송을 통해 "미 해군이 제공하는 남쪽 경로를 절대 신뢰하거나 이용하지 말라"며 해당 경로를 이용하는 선박을 공격해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란, 호르무즈 공격 재개
이번 공격 재개는 중동 산유국들이 미군의 해상 호위와 대이란 타격을 발판 삼아 수출 물량을 막 끌어올리던 시점에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산유국들은 페르시아만 내부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해협 외곽에 대기 중인 대형 선박으로 원유를 환적하는 '셔틀 운항' 방식을 적극 활용해 왔다.
글로벌 에너지 조사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이란을 제외한 지역 산유국들의 9월 1일부터 28일까지 일평균 원유 수출량은 1650만배럴로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추정 기준 8월 일평균 245만배럴에서 9월 690만배럴로 수출을 크게 늘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피격으로 걸프산 원유 흐름이 다시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커모디티 컨텍스트의 창업자 로리 존스턴은 "최근 며칠 새 원유 수송량이 일평균 200만~300만배럴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선박 중개업계에 따르면 걸프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왕복 셔틀 운항 1회당 보험료를 제외하고도 배럴당 15~20달러 수준인 3000만~4000만달러(약 538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공격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주 대비 약 5% 상승한 배럴당 102.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박 공격 증가는 현재 석유 시장의 균형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며 "추가적인 갈등 고조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경우 유가 변동성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브렌트유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 감산·사우디 아시아 판매가 인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는 4일 화상회의를 갖고 오는 11월의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수송되는 원유가 점차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동산 수출의 차질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7개 산유국 대표들은 최근 글로벌 석유 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세계 에너지 시장의 안정 유지를 위한 '협력선언'의 핵심적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위원회는 에너지 자원의 원활하고 끊임없이 공급되기 위해 국제 해상 운송 경로를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손상된 시설을 정상 가동 상태로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어 전반적인 공급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걸프 지역의 OPEC+ 산유국들은 페르시아만 긴장으로 인해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산유량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수출량이 전쟁 이전의 수준에 비해 60~80% 정도로 감소했다. OPEC 통계에서 이번 회의에 참석한 OPEC+의 핵심 7개국의 산유량은 지난 7월 원유를 하루 63만배럴을 생산하던 것이 8월에 하루 2500만배럴로 급증했음에도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전에 비해 약 500만배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UBS의 애널리스트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OPEC+는 시장 예상대로 생산 한도를 동결했다"며 "결과적으로 석유 시장의 수급은 여전히 빠듯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11월 인도분 원유의 아시아 판매 가격을 깜짝 인하했다. 이는 중동산 기준유가의 상승세에 따라 영국 언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1월 공식 판매 가격이 배럴당 3달러(약 3000원)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는 11월 인도분 아랍 라이트(경질유)의 아시아행 공식 판매 가격을 오만유와 두바이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5달러(약 6700원) 낮게 책정했다. 이는 전월 대비 3달러 내린 것으로, 이 할인 폭은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국영 석유 기업 사우디 아람코는 아시아에 판매되는 아랍 미디엄(중유)과 아랍 헤비(중질유)의 11월 공식 판매 가격을 배럴당 5달러씩 더 큰 폭으로 인하했다. 소식통들은 지난주 아람코가 기록적인 운임 상승으로 인한 구매자들의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오만에서 선적하는 원유를 할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역내 분쟁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UAE 등 경쟁국에 아시아 시장을 뺏기지 않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아람코는 홍해 연안의 얀부항에서 원유 수출을 재개함에 따라 북서유럽에 판매하는 11월 인도분 원유의 공식 판매 가격을 모든 유종에 대해 배럴당 3달러씩 인상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홍채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