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제2의 우한?" 러 시베리아 '페스트 유출' 사망설에 200명 격리…美·EU 촉각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페스트 연구소 유출사고로 '원인불명 폐렴' 연구원 사망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페스트 연구소 유출사고로 '원인불명 폐렴' 연구원 사망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시베리아의 한 방역 연구소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인 페스트(흑사병) 유출 의심 사고로 연구원 1명이 사망하고 200명 가까운 인원이 무더기로 격리됐다. 러시아 당국은 '원인 불명의 폐렴'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보 은폐 의혹이 커지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경계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위치한 페스트 방역연구소 소속 실험실 조수 다리야 시필로바(28)가 중증 폐렴 증세로 셸레호프 지역 병원에 입원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다 이달 1~2일 사이 사망했다. 현지 매체들은 시필로바가 지난달 25일 살아있는 박테리아 배양액이 든 시험관을 실수로 깨뜨려 에어로졸을 흡입한 뒤 폐렴형 페스트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망 사건 직후 러시아 당국은 시필로바가 머물렀던 병원들을 통제하고, 접촉자 약 200명을 의학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해 격리 조치했다. 연구소 인근의 한 알루미늄 공장은 전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러시아 당국은 서둘러 '페스트 연관성'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소문이나 추측 대신 보건당국의 공식 발표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보건감독기구인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역시 사망자의 검체에서 페스트균 등 업무 관련 병원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인은 '원인 불명의 폐렴'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위치한 페스트 방역연구소.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위치한 페스트 방역연구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은폐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의 안나 포포바 청장이 모스크바에서 4100㎞ 떨어진 이르쿠츠크로 급파됐고 이고리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가 모든 공개 행사를 취소하는 등 심상치 않은 대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인접한 부랴티야 공화국의 알렉세이 치데노프 수장이 "페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의혹을 부추겼다. 현지 역학자 미하일 파보로프는 "포포바 청장이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시사한다"며 진실이 은폐될 가능성을 지적했고, 현지 텔레그램 채널 등에서는 이번 사태를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우한 사태'에 빗대고 있다.

폐렴형 페스트는 벼룩 등을 통해 감염되는 다른 페스트와 달리 호흡기 비말을 통해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해 대규모 확산 위험이 크다. 이에 미국과 EU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전 "사안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당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외부로 퍼져나가면 빠르게 확산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관련 발병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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