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ETF '靑 지시설 부인'..이억원 "금융위 소관, 여러 의견 들었다"
[파이낸셜뉴스] "모두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목하는데 청와대 지시가 없었다는 것이냐. 이렇게 되면 금융위원회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 ETF 도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은 금융위 소관이다."(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7월 코스피 급락 사태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을 입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관련, 청와대 지시나 개입설을 일체 부인했다. 이 위원장이 '청와대 지시설'을 부인하면서 개인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의 손실을 안긴 것으로 추정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한 정책적·법적 책임 소재가 이 위원장에게 최종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위원장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쳤다", "여러 의견을 들었다"라며 금융위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었음을 시사하고 있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책임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청와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지시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공세에 무려 8~9차례에 걸쳐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조정훈 국회 정무위원(국민의힘)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자리에서 일어나 "필요성을 보고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만들어서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고 사과 말씀 드리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가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근거는 시행령 개정으로 이는 금융위 소관"이라며 "1월 31일 도입과 관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했고, 그에 앞서서 사전에 관계부처 협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 국감에서 "금융위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모두 교체되면서 현재 정부 내 핵심 관련자는 이 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권대영 1차관 정도만 남은 상황이다. 야권이 김용범 전 실장 등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원달러 환율 상승 및 증시 부양을 목적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 증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7월 들어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내며 해당 상품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코스피 전반에 걸쳐 증시 급락을 초래했다. 개인 투자자 피해액만 54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1월 13일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 비공개 회의에서 사실상 도입이 결정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거듭 부인하며 "해외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국내에서는 막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전부터 있었고, 관계 부처 협의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실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시장 감시 부실을 지적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권 해킹 사고도 질의가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관련된 질의에 "AI로 인한 공격을 막으려면 결국 AI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망 분리 규제라는 부분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단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당초 전날 발표예정이던 '2차 망 분리 긴급규제완화 대상' 선정을 보류했다. 망 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성 자체는 세웠으나, 금융권의 자체적인 보안 실력과 규제 완화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해선 "주택 공급에 주력하고 있으며 빨리 공급을 많이 확대해 시장을 안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email protected] 조은효 박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