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기 전 빗자루 들고 게임 흉내…후임병 울린 선임의 지시[사건실화]
선임 지시에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흉내
법원 "거절 어려운 분위기"....선임병 벌금 200만원
[파이낸셜뉴스] 취침 시간이 다가온 경남 창녕의 한 부대 생활관. 불을 끄러 가기 전, 후임병은 빗자루를 손에 들어야 했다. 빗자루는 칼이 됐고, 후임병은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를 흉내 내며 전등 스위치 쪽으로 뛰어갔다.
후임병은 못 하겠다고 여러번 거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생활관을 쓰던 선임병은 여러 차례 같은 행동을 요구했고, 후임병은 결국 지시에 따랐다.
선임병 A씨는 2024년 11월 소속 부대에 전입해 무선장비운용병으로 근무했다. 피해자 B씨는 지난해 7월 같은 부대에 들어온 후임병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했고, A씨는 B씨보다 약 8개월 선임이었다.
이같은 부조리 행위는 B씨가 부대에 전입한 직후부터 약 한 달 동안 이어졌다. 취침 전 생활관 불을 끄는 과정에서 B씨에게 이른바 '취침소등쇼'를 시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7형사단독 (이태영 부장판사)은지난 8월 13일 강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8월 12일 사이 경남 창녕군의 한 부대 생활관에서 후임병 B씨에게 리그오브레전드 캐릭터 흉내를 내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씨가 거절했지만 A씨가 선임 지위를 이용해 지시를 반복했고, 결국 빗자루를 칼처럼 휘두르며 전등 스위치 방향으로 뛰어가게 했다고 봤다.
A씨 측은 행동을 지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해악을 고지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로 협박한 것은 아니어서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강요죄에서 말하는 협박이 반드시 명시적인 말로 이뤄질 필요는 없고, 상대방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인식하게 했다면 협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B씨는 수사기관에서 "부끄러워서 하고 싶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선임이다 보니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못 하겠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도 계속 시켰다"고도 했다. A씨 역시 B씨가 하기 싫어하는 표정과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구체적인 해악을 말로 고지하지는 않았더라도, 후임병인 B씨가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지시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지시는 협박에 의한 강요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 측 주장을 배척했다.
양형에서는 군 복무 중 선임병 지위에서 후임병을 상대로 범행한 점이 불리하게 고려됐다. 재판부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