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청와대

"국가간 이견 있기 마련"…'한미 균열론' 반박한 李대통령

최종근 기자, 김경수 기자, 성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미투자 협상, 국익 최우선
북극항로 개척, 러 협력 필요
한미 정보 협력 논란은 지속
외교·안보라인 미묘한 입장차
강경화 "美도 문제 있다 언급"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부산에서 열린 북극항로 시범운항 환영식에 참석, 팬스타 아크로호 승선원 및 감사패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한국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항해를 마치고 지난 11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부산에서 열린 북극항로 시범운항 환영식에 참석, 팬스타 아크로호 승선원 및 감사패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한국 컨테이너선 최초로 북극항로 항해를 마치고 지난 11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연합뉴스

한미동맹을 외교의 핵심 축으로 삼으면서도 주변 강국과의 관계에서 독자적인 운신을 확보하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 외교 구상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한미 간 정보공유 제한 논란이 이어지는 데다 대미 투자 협상에서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자주적 실용외교'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특히 한미동맹의 균열론을 둘러싸고 정부 외교·안보라인에서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직접 외교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나선 모양새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 국가다. 언제나 당당한 대한민국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지켜지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동맹을 근간으로 삼으면서도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주요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국가 간 이견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는 한미 간 마찰을 곧바로 동맹의 위기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해관계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 협상을 사례로 들며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 기조에도 힘을 실었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입장이 충돌하더라도 한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략 투자 대상으로 지목된 여러 나라 중에 아마 가장 오래 협상이 계속됐고 또 가장 국익에 부합한 결론을 낸 게 대한민국"이라고 격려했다.

특히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 대러 제재 문제를 짚으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실용외교 기조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 추진 경과를 보고받고 "북극항로 개척의 가장 큰 과제라 그럴까. 이게 러시아와의 협력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사실 출발할 때부터 대러 제재 문제에 이게 저촉되냐 안 되냐 등등으로 논란 꽤 있었는데"라며 "러시아 간 협력 문제는 크게 장애가 없었던 건가"라고 물었다. 남재헌 해양수산부 차관은 제재 대상 기업의 쇄빙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운항해 대러 제재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전쟁 중에도 손을 잡고 대화하는 것처럼 전쟁 중에도 외교하시죠"라고 물었다. 조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적국과도 외교하시죠 원래"라고 재차 물은 뒤 "그게 외교의 원칙"이라며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관계 관리는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국익 중심 외교 기조가 시험 받는 현안 중 하나는 한미 정보 협력 문제다.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시 핵시설 관련 발언 이후 미국이 일부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양국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를 둘러싸고 정부 외교·안보라인에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18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의 회담 내용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았다.

강 대사는 이에 대해 "정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루비오 장관의) 말은 있었다"며 "(조현) 장관은 미국 측의 우려를 잘 듣고 귀국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해결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아직 미국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혀, 양국 간 정보협력 문제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음을 언급했다. 다만 한미 정보공유 제한 논란의 중심에 선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거취를 루비오 장관이 거론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인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반면 논란의 당사자인 정 장관은 미국 측의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외통위에서 장관으로서 구성 발언을 문제 삼는데, 이미 8개월 전인 지난 2025년 7월 의원 시절에도 구성 발언이 있었다"며 이전에 이미 밝혀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한 지난해 말 미국 중앙정보국(CIA) 고위급의 내한때 이종석 국정원장과 면담이 무산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한미 간 소통 차질이나 동맹 균열을 주장하는 일각의 우려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며 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양국은 대북 정책의 큰 기조를 공유하고 있으며, 동맹의 근본적인 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측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미 정보협력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email protected] 최종근 김경수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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