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악귀 쫓는다"며 3시간 숯불 고문... 대법 "상해치사 아닌 살인"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무기징역이 2심서 징역 7년으로... 대법, 서울고법에 파기환송
"효험을 믿었더라도 죽을 위험 알고 용인했다면 살인 고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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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악귀를 쫓는다며 30대 여성을 철제 구조물에 묶고 3시간 가까이 숯불로 지져 숨지게 한 무속인 일가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심의 무기징역을 징역 7년으로 낮췄던 2심 판결은 다시 뒤집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살인·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 등 7명에게 상해치사죄만 적용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40년 경력 무속인 A씨는 자녀 4남매와 조카, 신도의 노동력과 공양비로 생계를 꾸려 왔다. 16억1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던 A씨는 2024년 3월 동생 부부가 하던 인천의 식당을 넘겨받아 피해자 B씨(35) 명의로 운영했다. B씨는 급여도 없이 매일 새벽까지 일했다.

B씨가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가겠다고 하자 A씨는 "B씨에게 악귀가 들렸다"며 압박했다. 뜻을 굽히지 않자 A씨는 2024년 9월 18일 오전 "악귀를 제거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숯불 주술의식을 제안하고, 신도들에게 "정말 위험한 것이고 B씨가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식은 그날 오후 3시 26분 식당 2층에서 시작됐다. B씨가 철제 구조물 위에 엎드리자 신도들은 철사로 목과 몸통, 팔다리를 묶고 복부 아래에 불붙은 숯이 담긴 대야를 놨다. B씨가 "뜨겁다, 잘못했다"며 풀어달라고 했지만 A씨는 "한번 묶었는데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숯을 보태고 옷을 잘라 열기가 맨살에 닿게 했다.

오후 6시 22분 B씨가 깨어나지 못하자 이들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도 구조물을 해체하고 2층을 청소했고, 119 신고는 2시간이 지나서야 했다. B씨는 이틀 뒤 체표면적 25%의 화상으로 숨졌다.

쟁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였다. 미필적 고의란 죽이겠다는 목적이 없더라도 자기 행위로 사람이 죽을 수 있음을 알면서 그래도 괜찮다고 받아들인 상태를 말한다. 인정되지 않으면 상해치사죄만 적용된다.

1심인 인천지법은 지난해 9월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무기징역, 나머지 6명에게 징역 10~2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인 서울고법은 올해 4월 살인 부분을 무죄로 돌리고 상해치사만 인정해 A씨를 징역 7년으로 낮추고 나머지는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이들이 A씨의 영적 능력과 의식의 효험을 믿고 있어 미필적 고의를 섣불리 추단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철사로 묶고 그 아래 불붙인 숯을 두는 행위 자체가 대단히 잔혹하고 위험하다며 "이러한 행위를 2~3시간 이상 진행하여 몸통 전면부에 광범위한 화상을 입히는 경우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무속 신앙을 믿었다는 사정도 고의를 부정할 근거가 못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술의식으로 악귀를 퇴치하겠다'는 의도와 '위험성 있는 주술의식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양립할 수 있다"며 "사망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용인한 이상 악귀 퇴치의 의도를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1층에서 식당 영업을 하며 지켜보기만 한 B씨의 사촌 언니와 친오빠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가 인정됐다.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범행을 쉽게 만든 경우다. 재판부는 생계를 함께한 친족으로서 구호 의무가 있는데도 제지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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