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살 사람 없다"… 외국인 투매 받을 '수급 공백'에 급락 반복 [바닥 없는 코스피]

배한글 기자,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운용사들이 본 증시 급락 왜
美 금리·지정학 변수까지 겹쳐
AI 수익 불확실성도 매도 불러
개인 매물대 부담·중동戰 변수

"살 사람 없다"… 외국인 투매 받을 '수급 공백'에 급락 반복 [바닥 없는 코스피]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한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증시가 계속 급락하는 핵심 요인으로 수급공백을 꼽았다. 외국인 매도를 받아줄 매수세가 약해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불안, 인공지능(AI) 산업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급락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전판 역할을 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까지 마무리되면서 매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투매 받아줄 수급이 없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증시 약세가 기업 실적 악화보다 수급공백과 투자심리 위축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하락장에서 주가를 지지했지만 매입이 마무리되면서 이를 대신할 매수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받아줄 수급이 부족해 시장의 하방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는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배분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투자 메리트가 커졌고, 신흥시장인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매도로 나타났다는 것.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매도 물량을 받아줄 수급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가 오르면 위험을 피하려는 자금이 주식에서 빠져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고, 신흥시장인 한국도 그 흐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 매도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에는 차익실현이 주된 배경이었지만 최근에는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며 불확실성이 매도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금리 상승은 자금조달 수요가 큰 기술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투자수익률(ROI)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때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이 당장 흔들린 것은 아니라는 게 운용업계의 시각이다. 내년까지 실적 전망이 양호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도 한국 업체가 주도하는 D램 시장에 단기간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최근 매도세를 기업 펀더멘털 훼손보다 금리와 AI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변화로 보는 배경이다. 박 대표는 "내년까지 펀더멘털이 좋다는 게 컨센서스"라며 "중국 반도체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는 있지만, 한국 업체가 주도하는 D램 시장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개인 매물대는 부담

개인투자자의 매물 부담도 반등을 늦출 변수다. 상승기에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반등할 때 매도에 나설 수 있고, 금리와 예금금리가 오르면 주식 대신 예금으로 자금을 옮길 유인도 커진다.

박희봉 DB자산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개인들은 7000선을 웃도는 높은 지수대에서 주식을 많이 매수해 손실 폭이 큰 상황"이라며 "그동안 지수가 7000 수준까지 올라오면 다시 매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의 복귀는 미국 금리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고 중동 문제가 확산하지 않은 채 잦아드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미국 금리가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나고 중동 문제가 확전되지 않은 채 잦아들면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고 지분율도 줄어든 만큼 재유입 여지는 충분하지만,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배한글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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