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테크

"재산 11억인데, 7년 뒤 1720만원?"···62세 독신의 노후 계산서 [머니설계사무소]

김태일 기자,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⑪ 60대: 장년 싱글의 노후 돌봄과 자산관리
62세 싱글 2년 전 퇴직, 월 140만원 수입
재산 상당 부분은 집, 금융자산은 2억7000만
배우자, 자녀 없어 돌봄, 자산 처리 역할 필요
신탁, 주택연금 등 알아봐야..정확한 계산 필요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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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노후에 집과 돈이 있어도 걱정은 온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아파오기 때문이다. 큰 병에라도 걸린다면 집에서 생활하기 힘들뿐더러 돈도 많이 든다. 특히 미혼이라면 본인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선 자산총액을 불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생활비를 확보해놓는 게 필요하다. 돌봄, 금융업무 등을 도와줄 사람도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지정해놓아야 한다.

자산은 11억, 쓸 돈은?
"제가 아프면 누가 병원비를 내고, 제 돈을 관리해줄까요." 62세 김수향씨(가명)는 걱정이 앞섰다. 수향씨는 기업 재무·경영지원 분야에서 32년간 일하고 2년 전 퇴직했다. 현재는 경력을 살려 계약직으로 경영관리 자문을 하며 월 14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결혼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는 없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가족은 3살 아래 여동생만 있다. 다만 여동생도 다른 지역에서 본인의 가족과 생활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대출 없는 아파트(시세 8억1000만원), 금융자산(2억7000만원) 등 순자산은 10억8000만원이다. 하지만 현재 월 생활비는 280만~290만원이고, 희망하는 노후 생활비는 여행 등이 추가해 320만원가량이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약 150만원씩 나온다.

김수향씨 재무 상황.
김수향씨 재무 상황.

"이대로면 노후 여유 없어"
가까운 친구의 수술이 수향씨를 바짝 긴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친구의 가족은 입원수속을 하고 병원비를 결제했으며, 보험금 청구와 퇴원 후 돌봄까지 챙겼다. 돈만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수향씨는 여동생과 사이가 좋았지만, 노후의 일처리를 맡기고 싶진 않았다. 자산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아플 때 도움을 구하고 물리적인 절차를 처리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수향씨를 상담한 조형근 재무설계사(AFPK)는 수향씨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하나씩 뜯어봤다. 우선 자산총액과 매달 쓸 수 있는 돈은 다르다는 점이다. 수향씨 자산 상당 부분은 살고 있는 집이다. 자문 일을 그만두고 국민연금(150만원)만 받게 되면 희망 생활비(320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매달 170만원을 금융자산에서 빼 충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63세부터 69세까지 7년으로만 계산해도 1억4280만원이 필요하다.

금융자산 2억7000만원 중 1억1000만원을 70세 이후 후기 노후 생활·돌봄을 위한 신탁 자금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1억6000만원이 남는데, 7년 간 부족액을 제하면 손에는 1720만원이 남는다. 여유가 크진 않다.

조 설계사는 "이는 수익률 물가, 세금·수수료 등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라며 "자문소득이 어제까지 이어질지, 생활비를 얼마나 조정할 수 있을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돌봄비 규모와 사용기간이 불명확하다. 의료·간병·요양에 쓸 재원이 충분한지는 국민연금으로 감당하지 못 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산출해봐야 알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해도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등 별도 지출이 남을 수 있다. 조 설계사는 "원하는 돌봄 방식과 비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목돈만 정해두면 실제 필요액과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문제는 자산을 관리할 절차와 사람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점이다. 신탁을 계약해도 입원 사실 확인, 서류 준비 및 지급 요청, 돌봄서비스 연결 등은 자신이 해야 한다. 입원해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거나, 판단능력이 떨어져 사무 처리가 불가능한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전자는 업무 위임·대리를, 후자는 후견 등 법적 지원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정확한 계산부터 시작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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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설계사는 수향씨에게 무엇보다 '정확한 계산'을 주문했다. 노후 생활비 320만원은 조정 가능한 예산으로 두고 자문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이후 생활·비상자금과 후기 노후자금 규모를 정해야 한다. 1억1000만원은 잠정적 신탁 가입액으로 설정하고 유동성을 충분히 남길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집을 활용할 시점도 비교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70세 전후로 재검토할 수 있으나, 반드시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다. 자문소득이 예상보다 일찍 끊기거나 빠르게 줄면 가입 시점을 앞당겨도 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기준 70세가 8억원 일반주택으로 종신지급 정액형에 가입 시 월 약 246만2000원을 받는다. 국민연금과 단순 합산 시 396만원이 생기는 셈이다.

끝으로 도움 줄 사람을 정해야 한다. 역할을 나눠야 한다. 동생에겐 비상연락 역할을 요청하고, 병원동행이나 간병은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알아봐야 한다. 금융업무를 봐줄 사람도 필요하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들이 각각 아프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때의 대안도 세워놔야 한다.

그 재정적 기반이 될 신탁의 경우 금융회사엔 최소 가입금, 보수 등만 묻지 말고 △누가 어떤 증빙으로 지급 요청을 할 수 있는지 △병원이나 시설로 직접 지급할 수 있는지 △긴급 지급은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 변경과 중도해지 조건, 운용 방식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비교해야 한다.

판단능력 저하에 대비하는 수단으로는 임의후견이 있다. 후견계약은 공정증서로 작성하며, 가정법원이 감독인을 선임한 때부터 효력이 생긴다. 사망 후 재산을 정리하는 방법으로는 유언대용 기능이 있다.

조 설계사는 "혼자 산다는 것은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는 말과 같지 않다"며 "내 돈이 필요할 때 나를 위해 쓰이도록 준비하는 것이 노후계획"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일은 평생 반복되지만 재무설계는 늘 뒷전입니다. 하지만 돈에도 나이가 있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선택하지 않으면 방치되고, 방향을 잡지 않으면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돈의 흐름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설계사무소]는 AFPK 자격인증기관인 한국재무설계협회(IFPK)와 함께 삶의 설계를 지원합니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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