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덕 없는 재산도 나누라고"...재계發 특유재산 분할 바람 [서초삼거리]
[파이낸셜뉴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아파트고 다른 사람 돈은 십원 한 장 안 들어갔는데, 왜 이혼할 때 절반 가까이 떼줘야 합니까."
최근 법원 가사 상담실이나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들은 하소연거리가 한 가지 더 늘었다. 결혼 전 스스로 모은 돈으로 장만했거나 부모에게 상속·증여받은 자산은 온전히 '내 몫'이라 여겼던 상식이 법정에서 잇따라 깨지고 있어서다. 부부 일방의 고유 재산인 이른바 '특유재산'에 대해서도 법원이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하는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지난달 9일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씨의 이혼 소송에서 각각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65%, 35%로 인정했다. 배우자 이모씨가 가져갈 재산은 현금 650억원과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다. 법원 평가에 따르면 총 주식 가치는 약 7조1049억원으로, 약 2조4867억원을 배우자 몫으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기여도 산정에서 장기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고 혼인 초기 배우자 이씨의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았던 점까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830조는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졌던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우자의 도움이나 협력 없이 마련한 재산인 만큼 상대방이 손대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수십 년간 이어진 혼인 기간 동안 배우자가 수행한 가사·양육, 무형적 내조, 나아가 창업 초기 동업 관계 등을 '기업 가치 형성 및 유지·증식에 대한 적극적 기여'로 폭넓게 포섭하는 추세다. 배우자가 직접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가사와 양육을 전담했다면 재산이 줄어들지 않도록 '유지·감소 방지'에 기여했다고 폭넓게 인정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상대방의 가사 노동 덕분에 대출 이자를 갚고 생활비 지출을 줄여 해당 부동산이나 자산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다는 논리다.
조수영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이전에 비해 전업주부,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의 전업주부에 대해 기여도의 인정 수준이 커지는 추세"라며 "특히 아이가 어릴 때 발생하는 부양적 요소를 고려해서 기여도가 올라간 점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전에는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에도 자산 가치를 고려해서 현금으로 분할을 마쳤는데, 재계 이혼 소송 등에서 주식 분할을 인정하는 것도 다소 이례적인 추세"라며 "경영권 리스크 등도 재산 분할 과정에서 고려되겠지만 이전보다 기여도에 대한 인정이 늘어난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분할규모가 천문학적인 재계 밖에서도 특유재산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첨예한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결혼 전 마련한 아파트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수억원씩 뛰었을 때, 혹은 부모가 물려준 시골 땅이나 선산, 전세보증금 등 '온전히 내 몫'이라고 여겼던 재산도 상대방의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통상 결혼기간이 3년 이상되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분할 대상에 들어간다"며 "최근에는 이를 염려해 아예 상속이나 명의 이전을 하지 않은 채로 집에 들어와 살게 하는 등의 형태도 생겨나고 있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