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산소 올리고 12시간 검사 안 해... 대법 "의료진 과실 맞다"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COPD 환자 고농도 산소 뒤 의식 혼미... 7시간 지나서야 동맥혈가스검사
2심 "진료지침은 권고일 뿐" 유족 패소... 대법, 과실·인과관계 모두 뒤집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파이낸셜뉴스] 진료지침이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이유로 의사의 과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고농도 산소를 투여하고도 12시간 넘게 동맥혈가스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과실이라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3일 A씨 유족이 부산의 한 병원 법인과 의료진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70대였던 A씨는 고혈압과 당뇨를 앓았고 2001년 폐암으로 왼쪽 폐를 일부 잘라냈다. 2018년 1월 폐렴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급성 악화로 입원했다 퇴원한 뒤 그해 2월 19일 부종으로 다시 입원했다. 당직의는 2월 23일 오후 9시 30분께 산소포화도가 최대 80%까지 떨어지자 분당 2L이던 산소를 3L로 올렸고, 이튿날 오전 3시 50분께는 산소마스크로 바꿔 분당 10L까지 늘렸다.

A씨는 그날 오전 9시께 의식이 혼미해졌다. 그러나 동맥혈가스검사는 오후 4시 9분에야 이뤄졌고,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쌓인 호흡성 산증이 확인됐다. 고농도 산소요법을 시작한 지 12시간 20분, 의식이 나빠진 지 7시간이 지난 뒤였다. A씨는 그날 오후 6시 3분 심정지에 빠졌고 3월 12일 숨졌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진료지침이 정한 시점에 동맥혈가스검사를 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다. 1·2심 판단은 정반대로 갈렸다.

1심인 부산지법은 둘 다 인정하되 기왕증의 사망 기여도를 고려해 병원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반면 2심은 진료지침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검사 여부는 환자 상태에 따른 의사의 판단에 달렸다며 과실 자체를 부정했다.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고령과 중증 기저질환에 비춰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두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먼저 과실에 대해, COPD 진료지침에 산소요법을 시작하면 30~60분 뒤 동맥혈가스검사를 하도록 돼 있고 감정의도 이를 우리나라 임상수준을 벗어난 기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점을 들었다. 진료지침의 성격이 아니라 당시 임상 수준에 비춰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판단 기준이라는 것이다.

인과관계는 2023년 8월 판례를 근거로 인정했다. 환자 측이 과실과 그 과실로 손해가 생길 개연성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의료진이 반대 사실을 증명해야 추정이 깨진다는 법리다. 의료행위는 전문성이 높아 환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부는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여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은 망인의 의식상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며 병원 측이 추정을 뒤집을 증명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같은 의료행위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주치의는 형사재판에서 과실은 인정됐지만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됐다. 형사와 달리 민사에서는 인과관계 증명책임이 완화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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