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원팀' 넘어 '코어팀'…미래기술도 '정예팀' 승부수 던진다
D램·낸드·파운드리별 정예조직 신설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인력 결집
HBM 반등 이어 최선단 기술 총력
[파이낸셜뉴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 2024년 10월 삼성전자 3·4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이 이례적으로 내놓은 사과문의 핵심 내용이다. 당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지고 선단 D램의 수율(양품 비율)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던 삼성전자는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후 HBM의 기본이 되는 D램 재설계와 HBM 개발조직 개편, 핵심 인력 재배치 등 기술력 복원에 역량을 집중했다.
올해 3·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으로 쇄신의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다. 최근 반도체연구소 내 핵심 기술 개발 전담조직인 '코어팀'을 신설한 것도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아울러 메모리 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최선단 공정과 원천기술 개발에 전문 인력을 결집하며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 초격차 되찾기…D램부터 전면 쇄신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연구소 내 차세대 핵심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코어팀'을 신설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차세대 D램(D1d)과 낸드플래시(V12), 2나노(나노·㎚=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향후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제품별로 전담팀을 꾸린 것이 특징이다. 각 제품의 개발 과제에 맞춰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등 서로 다른 기술 분야의 전문 인력을 결집해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의 완성도 또한 높일 계획이다.
이번 조직 신설은 삼성전자가 지난 2년여간 추진해 온 기술 경쟁력 회복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이후 전담조직과 태스크포스(TF)를 꾸준히 가동하며 개발 체계를 재정비했다.
앞서 2024년 7월에는 분산돼 있던 개발 조직을 통합해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전문 분야를 세분화해 운영했다. 사업부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원팀' 체계도 가동, 기술적 난제 해결에 나섰고, 제품 설계 자체를 다시 손 보는 강도 높은 조치도 단행했다. HBM의 기반이 되는 D램의 품질과 성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 부회장은 HBM3E 양산의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된 10나노급 4세대(1a) D램의 재설계를 지시했다.
이후 HBM3E의 주요 고객사 품질 검증(퀄 테스트) 통과와 공급 확대 등 성과가 가시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별도 HBM 개발팀을 메모리 개발 담당조직으로 통합하고 관련 인력을 D램 개발실 산하로 재배치하며 개발 체계를 안정화했다.
그 결과 올해는 엔비디아에 세계 최초로 HBM4를 공급한 데 이어 AMD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공급 협력을 확대했다. 3·4분기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벽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술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해 차세대 D램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연구소 내부에선 1d 다음 단계인 0a 등 10나노 미만의 극미세 D램 공정 개발을 전담하는 TF도 가동 중이다. HBM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기반 D램의 기술력을 높이는 한편, 낸드플래시의 차세대 공정 개발에도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파운드리도 최선단 공정 개발 박차
삼성전자의 기술 쇄신은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최선단 공정의 기술 완성도와 안정적인 양산 능력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연구소에선 파운드리 선단 공정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코어팀을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1.4나노 등 차세대 공정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공정 미세화의 기술적 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선행 연구개발 단계부터 핵심 인력을 결집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는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트랜지스터 구조와 소재, 설계 기술 등 여러 분야의 유기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양산 일정 지연과 수율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핵심 과제별로 전문 인력을 결집하는 것도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기술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선단 반도체 개발은 개별 조직의 기술력뿐 아니라 설계와 공정 등 여러 분야의 협업 수준이 성패를 좌우한다"며 "핵심 연구 인력을 결집하는 방식이 메모리뿐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임수빈 김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