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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다 사람에 투자" 초일류 삼성 만든 결단[이건희 6주기, 미래를 만든 선각자]

박지연 기자,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 인재경영·조직문화 혁신
지역전문가 20명 해외 파견에
"200명으로 늘려라" 파격 주문
실적 넘어 시야·경험 선제 투자
93년 女 공채·95년 학력 파괴
'7·4제'로 자기계발 문화 유도

"사업보다 사람에 투자" 초일류 삼성 만든 결단[이건희 6주기, 미래를 만든 선각자]

1990년 삼성이 지역전문가 제도 도입을 준비하던 당시, 비서실은 직원 20여명을 해외로 보내는 선발안을 보고했다. 삼성그룹 회장이던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를 대폭 늘리도록 지시했고, 그렇게 200여명이 세계 각지로 파견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회사가 급여와 교육비, 체류비를 부담하면서 직원들에게 맡긴 과제는 현지의 언어와 문화, 사람들의 생활을 익히는 것이었다. 성과가 언제 돌아올지, 해외에서 쌓은 경험이 어떤 사업에 쓰일지도 미리 계산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선대회장은 투자의 규모를 키웠다. 해외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을 충분히 확보해야 삼성의 사업도 그만큼 확장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열린채용 도입·여성 인력 확대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1992년 소프트웨어 직군에서 여성 1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1993년 하반기 대졸 공채에서는 여성 전문인력 500명을 선발했다. 1995년에는 학력제한을 없앤 열린채용을 도입하고 최초의 여성 지역전문가 5명을 해외로 파견하는 등 인재 확보와 육성의 문턱을 함께 낮췄다.

모두 이 선대회장의 대표적인 인재경영 사례다. 이 선대회장은 첨단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인재를 찾는 동시에 기존 직원들이 새로운 역량을 갖추도록 기회를 넓혔다.

인재를 키우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도 감수했다. 회사가 공들여 육성한 직원이 퇴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 선대회장은 이들이 결국 국가에 기여할 인재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투자를 독려했다. 교육비를 회수할 수 있느냐는 계산에 앞서 사람을 키우는 일 자체에 가치를 둔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인재를 찾는 범위도 넓혔다. 1995년 도입한 열린채용이 대표적이다. 입사 지원자격에서 학력제한을 없애 지원의 문턱을 낮췄다. 여성 인력 채용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한 데 이어, 1995년에는 남녀 공채를 통합하고 여성 임직원에게도 해외 지역전문가와 주재원 파견 기회를 부여했다. 같은 해 최초의 여성 지역전문가 5명이 해외로 나갔고 여성 해외주재원도 배출됐다.

■사람 투자로 조직 운영방식 변화

사람에 대한 투자는 조직 운영방식 변화로도 이어졌다. 우수한 인재가 들어와도 기존 관행에 묶여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이 선대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통해 제품뿐 아니라 사람과 제도, 기업문화 전반의 변화를 주문했다.

같은 해 시행한 '7·4제'는 직원들의 하루를 바꿨다.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하고, 퇴근 후에는 어학과 자기계발 등에 시간을 쓰도록 유도했다.

생산 현장의 판단기준도 달라졌다. 불량이 발생하면 원인을 해결할 때까지 생산라인을 멈추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했다.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품질기준에 미달한 휴대전화 등 약 500억원 규모의 제품을 폐기한 것은 품질 우선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변화는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능력과 일하는 방식까지 바꿨다. 정해진 물량을 생산하는 데 더해 문제를 발견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역량이 필요해졌다. 세계 시장을 이해하도록 사람을 키우는 한편, 현장에서는 세계 시장에 통할 품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출신인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공학부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삼성 신경영에는 '기술 중시' '인재 중시'가 들어 있다"면서 "인재 양성을 중시한 이 선대회장 체제에서 이윤우(전 삼성전자 부회장)·황창규(전 삼성전자 사장) 같은 인물들이 계속 나왔고,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김학재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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