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존속살해 가중처벌 또 합헌... 위헌 의견은 2명에서 1명으로
재판관 8대 1로 "비난가능성 커"... 마은혁 "학대한 부모 살해까지 가중할 순 없어"
[파이낸셜뉴스] 부모를 살해한 사람을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다시 나왔다. 13년 전과 같은 결론이지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오히려 두명에서 한명으로 줄었다.
헌재는 22일 오후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형법 제250조 제2항 중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쟁점은 이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과 평등원칙에 어긋나는지였다.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은 형벌이 범행의 경중과 행위자의 책임에 걸맞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존속살해죄의 법정형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일반 살인죄의 하한인 5년보다 2년 높다.
■ 아버지 방치해 숨지게 한 아들, 조항 자체를 다퉜다
청구인은 2021년 4월 퇴원한 아버지에게 처방약을 주지 않았고, 하루 3개가 필요한 치료식은 7일 동안 10개만 줬다. 이후 약 8일간 치료식과 물, 약을 끊고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졌다.
대구지법은 2021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했고 대구고법도 항소를 기각했다. 청구인은 상고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하자 2022년 5월 헌법소원을 냈다.
법정의견은 가중처벌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봤다. 직계존속 살해는 생명을 침해할 뿐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맺은 특별한 유대와 신뢰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하한의 격차가 2년에 그친다는 점도 들었다.
집행유예가 사실상 막힌다는 지적에는 심신미약 등 법률상 감경과 정상참작감경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법원 양형기준이 장기간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를 '참작 동기 살인'으로 분류해 낮은 권고형량을 두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 마은혁 "학대한 부모 살해까지 가중처벌할 수는 없다"
마은혁 재판관은 홀로 위헌 의견을 냈다. 존속살해의 비난가능성이 사건마다 크게 다른데도 조항이 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취지다.
마 재판관은 "직계존속 스스로가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폭력을 일삼은 결과 가족공동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영역이 되어버린 경우, 그 피해자인 직계비속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에서 직계존속을 살해한 행위에까지 존경과 보은이라는 가치를 근거로 처벌을 가중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근거로 실증 연구를 들었다. 1995년 실태조사에서는 존속살해 범행동기 중 피해자의 학대에 의한 경우가 26.2%였고, 2020~2022년 선고된 1심 유죄 판결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14.5%는 피해자의 가정폭력 등 불우한 가정환경이 범행동기였다.
마 재판관은 하한이 7년이어서 정상참작감경을 해도 징역 3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이 불가피하고 집행유예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 살인죄를 적용해도 상한은 똑같이 사형이어서 패륜성이 인정되는 사건은 여전히 중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도 했다.
헌재는 2013년 7월에도 같은 조항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식민지기 조선형사령으로 의용된 일본 형법 제200조가 1953년 한국 형법 제250조 제2항으로 계수된 것이다. 정작 일본에서는 1973년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재판소가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했고 1995년 개정 때 삭제됐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