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나 싶더니 또 급락…코스피 덮친 'AI 돈줄' 불안
[파이낸셜뉴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불안이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다. 막대한 투자 지출을 기존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매수 기반까지 약해져 외국인 매도가 지수에 미치는 충격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8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3.23p(4.10%) 내린 5694.43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3737억원을 순매도하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7761억원, 3670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코스닥도 30.08p(3.99%) 하락한 723.15를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7.08% 내린 141만8000원, 삼성전자는 3.99% 하락한 22만2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717개, 코스닥시장에서는 1481개 종목이 하락하며 약세가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빅테크의 실적 발표다. 알파벳은 핵심 수익원인 검색광고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고,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로 잉여현금흐름(FCF)이 약 91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아마존도 전자상거래 부문 성장 둔화와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감이 부각됐다. AI 투자 지출이 급증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은 약 335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에 쓴 돈을 뺀 금액이다. AI·클라우드 사업이 성장하더라도 본업에서 들어오는 현금이 투자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면 외부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투자 대비 수익성과 현금흐름의 개선 여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의 미래 수요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 빅테크가 현금흐름 악화로 데이터센터 등 AI 설비투자 증가 속도를 늦추면 메모리 반도체 주문과 이익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국내 기업의 현재 실적이 견조하더라도 고객사의 투자 여력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먼저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의 취약한 수급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고객예탁금은 90조원을 밑돌고 코스피 신용융자잔고도 22조7000억원까지 줄었다. 이번 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이 12조원 수준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매도 물량을 받아줄 대기 수요가 부족해 수급 변화에 따른 가격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SK하이닉스가 재개한 2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수급을 보완할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 전체의 매도를 얼마나 흡수할지는 실제 일평균 매입 규모와 외국인 매도 강도에 달려 있다. 빅테크의 현금흐름 우려가 실제 투자 둔화와 반도체 이익 전망 하향으로 이어지는지도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변수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수 주체가 공백인 상황에서는 비교적 적은 매도 물량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며 "외국인 등 매도 물량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지가 향후 국내 증시의 수급 안정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배한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