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AI 거품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던 인물입니다.
버리가 운용하는 사이언 자산운용이 지난 3일(현지시간)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를 내보내자 AI 관련주는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팔란티어는 장중 최대 16%까지 폭락했고 엔비디아는 4% 가까이 떨어졌으며, 나스닥 지수는 2.04%, S&P 500 지수는 1.17% 하락했습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추진 중인 100억달러 규모의 미시간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주요 투자 파트너와의 자금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17일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오라클의 주가가 5.4% 급락했고, AI 대형 기술주에 속하는 브로드컴과 엔비디아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공지능(AI) 투자에 거품이 끼었다는 회의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오라클의 데이터센터가 투자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월 17일 오라클의 핵심 투자 파트너인 블루아울 캐피털이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이던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 투자를 철회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오라클은 해당 보도를 부인하며 프로젝트는 정상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AI 거품론이 재확산되며 오라클은 5% 이상 급락했고,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다른 대형 기술주에도 번져 엔비디아는 3.81%, 브로드컴은 4% 하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78% 떨어졌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퍼드를 세계적인 테크 투자사로 키운 투자 매니저 제임스 앤더슨은 "엔비디아의 오픈AI 투자 계획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연상케 한다"며 "최근 AI 기업들의 기업가치 급등은 불안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2025.10.01.뉴시스
AI 버블론을 주장하는 측은 지금의 AI 주식 시장 과열이 30년 전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고 경고합니다.
지난 9월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해 10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문제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구매하는 데 쓰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닷컴 버블 시절의 '벤더 파이낸싱'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벤더 파이낸싱은 제품을 파는 공급업체가 고객사에 자금을 빌려주고, 고객사는 그 돈으로 공급업체의 제품을 사는 방식을 말합니다. 닷컴 버블 시기 통신 장비회사가 통신사에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자사 장비를 구매하게 함으로써 장부상 매출을 부풀렸습니다.
구글, 오픈AI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대규모 데이터 센터 구축에 나서 향후 미래 수요를 선점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차한 아마존 웹서비스의 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연합뉴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기가와트(GW) 단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메타의 '하이페리온',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미래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이지만, 닷컴 시절의 광케이블 설치 경쟁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시 인터넷 트래픽 폭발을 예상해 막대한 광케이블을 깔았지만, 데이터 압축 기술의 발달로 기존 케이블의 효율이 급증하면서 설치된 케이블의 95%가 유휴 시설(Dark Fiber)이 됐습니다. AI 역시 모델 경량화나 효율적 알고리즘이 등장할 경우, 지금 짓고 있는 천문학적 비용의 데이터센터들이 '하얀 코끼리(돈만 들고 쓸모없는 것)'가 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거품론'과 관련해 "먼지가 가라앉고 승자가 드러나면 사회가 그 발명품(AI)의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 리마스 컨벤션에서 연설 중인 제프 베이조스의 모습. 2019.6.6/뉴시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과열 현상을 "산업적 거품"이라고 규정하면서도 AI가 사회 전반에 가져올 혁신적 혜택은 부인할 수 없는 '실재'라고 강조했습니다.
베이조스는 12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이탈리안 테크 위크에서 베이조스는 지난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한 테크 행사에서 AI 투자에 대해 "금융적 거품(financial bubble)과 다른 산업적 거품(industrial bubble)"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이 오늘날처럼 인공 지능에 대해 매우 흥분하면 모든 실험에 자금이 지원된다"며 "투자자들은 이 흥분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여러 가능성을 대비해야 하고, 이에 따라 최적의 비용이 아니라 그 이상이 투입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샘 올트먼은 "당장은 거품이 낀 듯한 부분이 꽤 있다고 본다"며 사람들은 어떤 곳에 과잉 투자하고, 어리석은 회사에 미친 가격을 지불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2월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브데이2025'에서 "AI는 거품인가. 지금의 과열된 투자는 앞으로의 실제 성장 잠재력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 지금 AI의 여러 부분에는 분명 거품이 있다"고 긍정하면서도 "실체가 있는 거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올트먼은 "이런 흐름은 새로운 기술 혁명이 올 때마다 반복된다"면서 "사람들은 어떤 영역에 과잉 투자하고, 어리석은 회사에 미친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진짜 가치는 결국 만들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거품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여기에는 분명 실체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