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 초고령시대의 존엄사

'품위 있는 죽음' 초고령시대의 존엄사

웰다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평화롭게 떠날수 있는 권리' 연명의료 거부에 대하여

초고령사회 '노년의 삶', 행복할까요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노인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뉴시스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노인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뉴시스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는 겁니다. 노인들의 삶은 모든 젊은이들의 미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년의 삶은 어떨까요. 보건복지부가 3년 주기로 발표하는 노인실태 조사로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조사인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소득은 1558만원으로 월평균 130만원입니다. 74%는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경제활동 참여율은 37%로 3명 중 1명인 셈입니다.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이 양호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절반은 질병에 시달린다는 얘기죠.
노인부부 둘이 살거나 노인 혼자 사는 비율은 78% 입니다. 자녀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노인은 12.8%뿐이였습니다. 자녀에게 기대고 싶지 않다는 의미겠죠. 노인 역시 삶의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취미나 여가활동을 꼽았습니다. 노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소득과 품위 있는 삶'이었습니다.
#초고령사회 #노인실태조사 #독거노인 #노인부부 #노인질병

노인들에게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노인들은 생계뿐 아니라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뉴시스
노인들에게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노인들은 생계뿐 아니라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뉴시스

자녀들로부터 가장 대접받는 부모가 '연금부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산이 많으면 부모가 빨리 죽어야 내 재산이 되지만 연금이 많으면 살아있는 동안 지원해주면서 사후 재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거죠. 참 씁쓸한 농담입니다.
한국은 2025년에 65세 이상 비율이 20.6%로 높아지면서 초고령사회로 들어섭니다. 길을 걷다가 5명 중 1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을 만난다는 얘기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수 있는 소득이 '빵'이라면,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게 '장미' 입니다. 의학 발달로 수명은 연장됐으나 자존감을 유지할 사회적 역할이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왕성한 사회활동 후 '잉여인간'처럼 되버렸다고 느끼는 노인들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장미'가 사라져버린 셈입니다.
#고령화시대 #일하는노인 #품위있는삶 #빵과장미 #연금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렇다면 노인들이 원하는 죽음은 어떤걸까요. 지난해 발표된 '2020 노인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 '신체·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 '가족과 함께 맞는 임종'을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오래 사는 것 자체는 '좋은 죽음'의 요건이 아닙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만 40~7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63.3%가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것'을 좋은 죽음이 아니라고 답했답니다.
수명 자체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고통이 없는 것, 가족 등 주변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는 것 등이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꼽힌다는거죠.
그러나 실제로 맞이하는 죽음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숨진 사람들의 장소 통계가 있습니다. 병·의원과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경우가 74.8%, 주택은 16.5% 입니다. 1998년 주택 내 사망자 비율이 60.5%, 의료기관은 28.5%였던 것과 비교하면 25년 만에 뒤바뀐 양상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76.8%로 평균치를 웃돕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삶을 마무리 하는게 아니라,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게 대부분의 죽음입니다.
#초고령사회 #웰다잉 #노인 #좋은죽음 #임종

연명치료와 '웰다잉'.. 공존하기 힘든 두갈래 길

초고령사회, 노인들의 마지막 거처는 대부분 병원이나 요양병원입니다. 병원 내 사망 중에서도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다 맞이하는 죽음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중환자실은 '소생 가능성이 있는' 급성 중증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존 확률이 높지 않은 노인이나 말기 환자들이 응급실로 실려 왔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의료기구를 달고 생명만 유지하는 곳이 됐습니다.
중환자실의 인공호흡기는 환자를 매우 괴롭게 하는 연명의료 장치입니다. 호스가 목구멍을 타고 기도까지 삽입된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환자에게는 진정제를 투여해 오히려 자발호흡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고령자에게 행하는 심폐소생술(CPR)도 마찬가지 입니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키더라도 사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의료진은 CPR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손상될 수도 있죠. 맥이 돌아온다 해도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고, 그대로 사망한다면 마지막 모습은 처참해집니다.
병실에서 24시간 울리는 기계음, 늘 켜져 있는 조명에 숙면하지 못하고 악몽을 꾸기도 하며,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하면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애초에 말기 질환 등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까지 이같은 치료를 가하는게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한 할아버지 /뉴스1
요양병원에 입원한 한 할아버지 /뉴스1

요양병원도 자칫하면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이뤄지기 쉬운 공간입니다. 알츠하이머 등 회복 가능성이 없는 질병을 앓거나 말기질환 등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기본적인 의료조치만 받으며 머무는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뜻이 맞아 연명의료 없이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 환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심폐소생술이나 수혈 등 조치로 생명만 유지하기도 합니다. 음식물을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길 우려가 있거나 소화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콧줄'이라 불리는 튜브를 위까지 삽입해 유동식으로 식사를 합니다. 의식조차 없이 누워만 있는 환자도 이런 식으로 생명을 이어갑니다.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킨 의학발달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입니다.
#웰다잉 #연명치료 #요양병원 #심폐소생술 #고령화시대

우리나라에는 안락사와 관련한 두개의 판결이 있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김할머니 사건입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술에 취한 남편이 넘어져 머리를 다치자 병원비를 걱정한 부인이 퇴원시킨 사건입니다. 남편은 당시 자발호흡은 불가능했지만 의식은 회복하는 추세였습니다. 퇴원후 인공호흡기를 뗄경우 사망할 것이 뻔했죠. 그러나 부인은 난폭했던 남편이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주는게 걱정돼 퇴원을 요구합니다. 의료진은 아내에게 퇴원후 피해자가 숨질 경우 법적 책임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퇴원조치합니다. 환자는 퇴원후 인공호흡기를 떼고 5분만에 사망합니다.
의료진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살인방조죄냐 아니냐를 놓고 대법원까지 법정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살인방조'로 처벌받습니다. 이 사건 이후 병원들은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퇴원 요구도 거절하게 됐습니다.
서울 보라매병원 /뉴시스
서울 보라매병원 /뉴시스

이후 2008년 '김할머니 사건'으로 존엄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김할머니 사건은 '존엄사 허용'이 논점이었던 첫 판례입니다. 김할머니는 폐암 조직검사후 과다출혈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집니다. 병원에서는 호흡만 하면 생명연장에는 무리가 없다며 연명치료를 이어가자 자녀들은 과잉진료라며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승소합니다.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도 200여일을 연명한 후 사망합니다.
대법원은 식물인간 상태 고령의 환자가 인명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은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합니다. 당시 대법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합니다. 이 사건은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한 첫 판례로 역사에 남게 됩니다.
#존엄사 #안락사 #보라매병원 #김할머니사건 #연명치료 #연명의료중단 #상인방조죄

'김할머니 사건'은 한국사회에 존엄사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웰다잉'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 시기입니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합니다.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일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죠.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이 바로 '웰다잉' 입니다.

2017년 당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기관에서 사용된 연명의료계획서. /뉴스1
2017년 당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기관에서 사용된 연명의료계획서. /뉴스1

지난해 6월 의사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예외를 두는 법안이어서 윤리적 논란 소지가 크고 호스피스 등 인프라도 아직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도록 한 법입니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해 2018년 2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기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습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146만474명입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연명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연명치료 #연명의료거부 #웰다잉 #김할머니사건 #존엄사

사진가 성남훈의 다큐멘터리 100일의 기록, 호스피스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 작품 중 하나 /뉴시스
사진가 성남훈의 다큐멘터리 100일의 기록, 호스피스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 작품 중 하나 /뉴시스

법의 테두리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연명의료결정법'이 갈 길은 멉니다. 호스피스를 비롯한 의료돌봄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임종 단계에서만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법 조항은 현실적 문제에 부딪칩니다.

의학적 치료로도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들에게 호스피스가 큰 대안입니다. 호스피스는 '죽음에 이르는 길을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신체·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호스피스의 역할이죠. 가족들과 삶을 정리하고, 차분히 죽음을 준비하도록 신체적·심리적 측면으로 지원합니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호스피스 서비스 만족도는 매년 90%대를 유지할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재 법적으로 호스피스 대상이 되는 질병은 암·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만성 간경화·만성 호흡부전 5가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호스피스센터가 있는 곳은 전국에 88곳, 병상 수도 1478개 뿐입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원해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명의료 #연명의료중단 #호스피스 #말기암 #초고령사회

모든 사람은 존귀하게 태어난 생명이다. 인간의 판단으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존엄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사람은 존귀하게 태어난 생명이다. 인간의 판단으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존엄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종교계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의료계 또한 안락사와 같은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만큼 '시기상조'라는 의견입니다.
존엄사에 대한 국민들의 설문조사는 여러갈래의 결과가 나옵니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남용이나 범죄에 악용할 우려와, 생명경시 풍조 만연이 꼽힙니다. 안락사 합법화 설문조사에서는 76%가 찬성하는 결과 또한 공존합니다.
크게 보면 타인에 의해 생명이 끊어진다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또한 사망이 임박하다고 판정한 질병이 오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를 선택할 수 없듯 죽음 또한 마찬가지라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존엄사라는 단어 자체도 사실상 자살의 한 부분이며 과연 이것이 품위 있는 죽음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갑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나의 죽음과 가족의 죽음 앞에 우리는 얼마나 존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쉽게 대답을 찾기 힘든 질문입니다.
#생명존중 #존엄사 #안락사 #종교계반대 #안락사합법화 #조력자살

'자연스러운 죽음'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책 '조화로운 삶' / 출판사 보리)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책 '조화로운 삶' / 출판사 보리)

'곡기를 끊다'라는 표현이 있죠. 한국사회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일때 표현하는 관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표현을 그대로 실천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주의 학자가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입니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탄한 삶을 살다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가정도 해체되죠. 그때 신념이 맞는 평생의 반려자 헬렌 니어링를 만납니다. 둘은 '적게 소유하는 조화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하루의 절반은 일하고, 하루의 절반은 명상과 독서로 여생을 보냈죠. 생이 끝나는 날까지 일하는 삶을 표방했습니다. 그리고 100세가 되었을 때, 그는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깨닫는 어느 날 곡기를 끊습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여정의 시작이었죠. 그는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친구들과 삶을 마무리 짓고 싶어 했습니다. '곡기를 끊음'으로써 그는 자신의 삶과 마무리를 결정 지었고, 원하는 대로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스콧니어링 #조화로운삶 #존엄사 #헬렌니어링 #자연스러운죽음

히노하라 시게아키 /연합뉴스
히노하라 시게아키 /연합뉴스

행복한 장수비결로 유명한 일본의 의사가 있죠. 1911년 태어나 2017년 숨을 거둔 일본의 히노하라 시게아키입니다.
그는 105세가 될 때까지 현역의사로 활동하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책들을 집필하고, 음악회 지휘자로도 활동했답니다.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무섭다.······하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살아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 살아 있으니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105세가 되었어도 미처 모르는 자신이 많아서 가슴이 설렌다"고. 일하는 삶을 찬양했던 히노하라 박사는 105세가 될때까지 건강한 삶을 살다 폐렴에 걸리자 연명을 위한 치료를 거부합니다. 영양 공급 튜브줄을 다는 대신 집에서 요양하다 가족들 품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히노하라시게아키 #105세의사 #일본최고령의사 #존엄사 #연명의료거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기 104의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자로 103세가 될때까지 생태학 논문을 편집한 식물학자이자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입니다.
구달 박사는 104세의 어느 날, 홀로 집에 있다가 낙상을 하고 맙니다. 고령의 낙상으로 구달은 앉아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더이상 자신의 집에서 지낼 수 없게 된 구달은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더는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 그가 선택한 것은 안락사였습니다.
2018년 구달은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구달은 생애 마지막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으며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죽음은, 초고령사회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큰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수천개의 생각과 논란으로 남았습니다. 다만 104세의 거동 불편한 노인의 남은 생애가 타인의 도움 없이는 밥 한끼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만은 명징합니다.
#데이비드구달 #존엄사 #연명의료거부 #노인

장 뤽 고다르 /AP연합뉴스
장 뤽 고다르 /AP연합뉴스

장 뤽 고다르와 알랭 들롱은 영화판을 뒤흔든 세기의 남자들입니다. 장 뤽 고다르는 1960년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하면서 프랑스 영화사의 새 물결 '누벨바그' 시대를 이끈 장본인입니다. 그가 올해 9월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불치성 질환으로 더이상 정상적으로 살 수 없게 되자 스위스에 있는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했습니다.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도 안락사를 결정했죠. 그는 지난해 1월 아내를 췌장암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아내 또한 안락사를 결정하였으나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힘겨운 투병 끝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그는 지금 스위스에 거주하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은 병원을 거치지 않고 평화롭게 떠날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스위스 #장뤽고다르 #알랭드롱 #안락사 #존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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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웰다잉에서 생명나눔까지

[강남시선] 웰다잉에서 생명나눔까지

최근 대장암 투병 중인 '축구황제' 펠레가 화학치료를 멈추고 연명치료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명치료 중단은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가 말기환자의 생명만 무의미하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중단하거나 시작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고 사망이 임박한 상태일 때 '웰다잉' 관점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게 된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게 되면 임종을 앞두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중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명치료 중단이 왜 '웰다잉'과 연결되는 것일까.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웰엔딩(Well-Ending)이라고도 한다. 좁게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과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의미하고, 넓게는 일상에서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하지만 '웰다잉'에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7년부터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해지면서 사전에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뇌사가 됐을 때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신청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지난해 기준 17만명에 불과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회의에 참석했을 때 국내 장기기증이 연간 442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너무 적은 숫자였다. 반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3182명이나 된다. 신장이식 수혜자가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조직형이 적합한 기증자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장이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평균 기간은 1955일(약 5년4개월)이다. 기증자를 만나지 못한 수혜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실제 지난해에만 장기이식 대기자 중 248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아직도 식물인간과 뇌사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뇌사는 뇌졸중, 외상 등에 의해 뇌의 기능이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손상돼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뇌사 상태가 되면 며칠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식물인간은 뇌 손상이 있어도 '뇌줄기' 부분은 보존돼 있기 때문에 인지능력은 없지만 몸의 기능이 유지되는 상태다. 따라서 연명치료를 중단해도 사망하지 않는다. 1명의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하면 평균 3~4명,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장기기증이 가능한 장기는 신장, 간장, 심장, 췌장, 골수, 각막, 폐 등 7가지이며 이외에도 피부, 뼈, 연골, 인대, 혈관 등 인체조직도 기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뇌사 기증률은 인구 100만명당 9.22명으로 미국(38.03명), 스페인(37.97명), 영국(18.68명)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편이다. 이제 웰다잉을 넘어 생명나눔 실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보면 어떨까. [email protected] 정명진 중기생경부장

[존중받는 죽음] ① 우리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존중받는 죽음] ① 우리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존중받는 죽음] ① 우리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웰다잉' 관심 커지지만…10명 중 7명은 여전히 병원서 임종 죽음 대하는 인식과 문화 고민할 때… "바람직한 모델 정립해야" [※ 편집자 주 = 지난 6월 의사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웰다잉'(well-dying)과 안락사·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가족의 품에서 품위 있게 임종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는 병원에서 생을 마치는 게 일반적입니다. 죽음에 이르는 방식이 당사자 본인이 아닌 가족, 또는 의료진의 판단과 결정에 좌우되는 일도 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거론되는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의 양상을 살펴보고, 좋은 죽음을 위해 어떤 인식 전환과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짚어보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0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AKR20220810058700501_02_i_P4.jpg Y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김덕훈 인턴기자 = "30대에 접어들자 죽음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더 이상 죽음은 추상적이거나 나와 거리가 먼일이 아니다. 지인의 부모상은 물론 지인 본인상을 목격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나이에 생때같은 자녀들을 남겨두고 심장마비나 뇌출혈, 교통사고 등으로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자식들 생각에 편히 눈이나 감았을까. 고인과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노라면 이런 죽음이야말로 가장 피하고 싶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향후 10년간은 절대로 죽고 싶지 않다'고 마음을 굳건히 먹어보기도 한다. 물론 아무리 다짐하고 결심해본들 죽음의 영역은 나의 선택지가 아니지만 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죽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인간 누구에게나 죽음은 어떤 타이밍과 형태로든 찾아올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별다른 지병 없이 장수하다가 잠자듯 죽는 경우를 '호상'(好喪)이라고 부른다. 호상의 큰 범주 안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죽음은 '수면 상태에서 맞는 영면'이다. 죽음의 두려움을 느낄 겨를이 없고, 고통도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열망일 것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를 실현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복이다. 이런 의미에서 연명의료는 거부하고 싶다. 연명의료를 근근이 유지하느라 등골이 휘어야 하는 가족들의 처절한 입장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나 눈짓 같은 작은 표현도 어려울 정도로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최소한의 권리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나처럼 미천한 인간에게 죽음을 결정할 권리까지는 주어지지 않을지라도 고통을 사라지게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 회사원 추정윤(가명·37)씨가 '내가 생각하는 죽음'을 주제로 보내온 글입니다. 자유롭게 작성하되 죽음에 대한 평소 인식, 자신이 희망하는 죽음의 모습, 연명의료에 대한 입장 등 일부 내용을 반영해 달라고 미리 요청했습니다.> 0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AKR20220810058700501_03_i_P4.jpg N ◇ 75%가 의료기관서 죽음 맞아…"인간미 없는 임종" '기력이 떨어져 활동력과 대사 작용이 약해진다. 식욕이 저하되고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기 힘들어지면서 소변량도 감소한다. 호흡이 어려워지고 혼수상태가 길어지며, 목에서는 가래 끓는 소리가 나고 눈이 뒤로 젖혀진다. 종국에는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사라지며 몸이 차가워진다.' 사고사나 돌연사와 같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닌, 말기 질환이나 노쇠로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과정은 대체로 이렇다. 대기업 회장이든 유명 정치인이든 이름 없는 평범한 시민이든 신체 에너지가 무한한 사람은 없다. 때가 되면 모든 대사 작용이 멈추고 세포가 죽으면서 생명이 끝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이런 수준의 죽음을 맞는다면 그나마 인간의 품위를 크게 잃지 않은 편이다.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많은 이들이 의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콧줄'로 불리는 유동식 투입 튜브를 위까지 삽입한 채 병상에 누워 있거나, 굵직한 관을 기도에 넣어 인공호흡하는 방식으로 생명만 유지하다 결국 사망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노년층 대상 콘텐츠가 다수 검색된다. 죽음의 과정을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일선 의료인들도 죽음의 과정에 관한 고민을 던지는 책을 계속 내놓는다. 이 가운데 공통으로 강조하는 '나쁜 죽음'이 있다. 가족을 곁에 두지도 못한 채 병원에서 말 그대로 '숨만 붙여 놓는' 연명의료를 받다 감염 등에 따른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다. 반면 무의미한 연명의료 없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원하는 곳에서 맞는 죽음은 '좋은 죽음'으로 꼽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죽음의 대부분은 의료기관에서 이뤄진다. 통계청이 잠정 집계한 지난해 사망 장소별 사망자수 비중을 보면, 병·의원과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이 74.8%인 반면 주택은 16.5%였다. 1998년 주택 내 사망자 비율이 60.5%, 의료기관은 28.5%였던 것과 비교하면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76.8%로 전체 평균을 웃돈다. 0 [정한솔 제작] [정한솔 제작] AKR20220810058700501_07_i_P4.jpg N 박중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서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에서 "한국인들은 집과 같이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둘러싸여 맞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꼽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런 바람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며 "병원에서의 임종은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차갑고 기계적인 의학적 사건이자 한낱 의료적 업무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바람직한 죽음이 무엇인지, 규범적 인식 만들어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는 삶과의 영원한 단절이라는 의식적 측면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고통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암 등 특정한 질병 자체가 고통을 유발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각종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고통이 발생한다. 이런 고통을 줄이고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하는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이 안락사 또는 존엄사 등으로 불리는 의료조치다. 국내에서는 의사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해 사망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물을 처방해주는 방식이 불법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허용되고 있다. 다만 회복 가능성이 없고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 오로지 생명 유지만을 위한 시술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국내에도 2018년 도입됐다. 환자 본인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또는 환자는 의식불명이지만 가족이 동의하는 경우 가능하다. 지난 6월에는 말기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아 생을 마감하는 행위(의사조력 자살)를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있지만, 좋은 죽음에 관한 법·제도적 논의의 계기를 다시 한번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0 중환자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AKR20220810058700501_05_i_P4.jpg N 좋은 죽음은 단순히 안락사나 연명의료 결정 등 고통을 경감하는 의료적 수단의 차원이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인식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신이나 가족의 죽음을 언급하는 일 자체를 꺼리고, 의료기술을 총동원해서라도 일단 생명을 연장하고 보자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사건이며, 어떻게 삶을 정리하고 더 나은 죽음을 맞을지 미리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명예교수는 "우리가 어떤 것을 바람직한 죽음으로 봐야 하는지 등 모델 설정이 돼야 한다"며 "의료계는 모든 것을 의료기술로, 법이나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제도로 모든 걸 접근하려 하지만 그보다는 바람직한 죽음에 관한 규범적 인식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 글 싣는 순서] ① 우리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② '살리는 것'인가, '못 죽게 하는 것'인가 ③ 고통 없고 품위 있게…'파티하듯' 떠나기 ④ '좋은 죽음' 위한 법과 제도…우리 현실은 ⑤ 이제는 죽음을 양지에서 이야기할 때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안락사 허용 해외 현황 살펴보니[갈길 먼 웰다잉下]

안락사 허용 해외 현황 살펴보니[갈길 먼 웰다잉下]

기사내용 요약 네덜란드·벨기에, 적극적 안락사·조력자살 모두 합법 독일·이탈리아, 연명의료 중단만…적극적 안락사 금지 영국,연명의료 중단만…적극적 안락사·조력자살 금지 "찬반 논쟁만 가열될라…'광의의 웰다잉' 정착 시켜야"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우리나라보다 앞서 안락사를 공론화한 일부 국가에서는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독극물을 주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적극적 안락사라면 치료하기 어려운 병 등으로 죽음을 원하는 개인이 의사에게 약물 처방을 받은 후 스스로 생을 마치는 것은 의사 조력 자살이다. 두 제도 모두 '안락사'지만 의사 조력 자살은 환자 스스로 약물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안락사와 차이가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지만 적극적 안락사는 법적으로 금지한다. 영국처럼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을 모두 금지한 국가도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을 합법화한 국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2002년 4월부터 안락사법을 시행하고 있다. 12~16세 미만 청소년도 보호자 동의 하에 가능하다. 안락사 희망자의 대부분은 말기 환자이지만,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안락사도 허용된다. 모든 안락사는 지역 위원회의 엄격한 검토를 거친다. 매년 평균 약 6000명이 안락사로 삶을 마감한다. 전체 사망자의 4% 수준이다. 벨기에는 2003년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을 합법화했다. 2014년부터는 말기 질환과 큰 고통을 겪는 환자에 한해 나이에 관계없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벨기에서는 2018년 약 2400명이 안락사로 사망했다.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들은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한 암이나 중증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이었다. 캐나다에서는 2014년 6월 퀘벡주가 '존엄사법'을 제정했고 2년 뒤인 2016년부터는 캐나다 전역에서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이 허용됐다. 미국과 호주는 주마다 의사 조력 자살에 관한 법률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1997년부터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버몬트, 워싱턴, 하와이, 뉴저지, 메인 등 8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DC에서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안락사 허용 법안을 논의하고 있는 지역은 뉴욕을 비롯해 15개 주에 달한다. 호주의 경우 빅토리아주는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지만, 호주에서 안락사를 처음으로 법제화한 주다. 2017년 9월 '자발적 조력 임종법'을 제정해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했다. 이 법은 2019년 6월 발효됐다. 다만 일정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같은 법이 발효됐다. 최근 태즈메이니아주에서도 법이 통과됐고,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경우 의회를 통과한 상태다. 포르투갈에서는 2020년 2월 본회의에 상정된 5개의 안락사·의사조력자살 허용 법안이 잇따라 통과했다. 법안에는 말기 암 환자 등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안락사를 허용하고 의사가 이를 돕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페인 하원은 지난해 3월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에는 말기질환이나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한해 환자가 희망하면 존엄사를 허용하고, 의료진에게 양심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수용 또는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콜롬비아는 지난달 불치병 환자에 대한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했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중남미 국가 중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한 것은 콜롬비아가 처음이다. 콜롬비아는 2015년 기대여명이 6개월 미만인 말기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법제화했다. 지난해 7월에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심각한 난치병 환자도 안락사 허용 대상에 포함해야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지만 적극적 안락사는 금지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2017년 12월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연명의료나 인위적 영양 공급 등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존엄사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은 2014년 5월 헌법재판소가 연명의료 중단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소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1935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협회를 창설한 영국 역시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환자에 대해 2018년 7월 연명의료 중단만 허용했을 뿐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은 금지하고 있다. 종교계와 생명윤리단체들의 반발을 넘지 못해서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의사 조력 자살에 반대했던 영국의사협회가 회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9월 '중립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난 2020년 2월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원의 40% 가량은 영국의사협회가 의사 조력 자살을 지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국내에서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 모두 불법이다. 다만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합법화됐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로, 치료 효과 없이 임종하기까지의 기간만 연장하는 의료 시술을 말한다. 오는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락사 합법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면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을 넘어서는 외연이 확장된 품위 있는 죽음(웰다잉)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늘었는데 건강수명은 오히려 짧아져 병을 앓다가 죽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정부는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요구가 더 거세지기 전 '협의(俠義)의 웰다잉(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을 넘어서는 '광의(廣義)의 웰다잉'을 정책적·제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의의 웰다잉이란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윤 교수는 "광의의 웰다잉이 자리도 잡기 전 안락사, 의사 조력 자살이 법제화된다면 안락사 찬반 논쟁만 가열될 수 있다"면서 "사회와 국가가 함께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웰다잉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인생은 나그네길…'죽음을 배우는 시간'

인생은 나그네길…'죽음을 배우는 시간'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현대의료는 자연사도 치료한다. 100년 전만 해도 마흔 살 남짓했던 인류 평균 수명은 의료 기술의 발달로 최근 2배 가까이 늘었다. 인체 기능은 거의 그대로인데, 사용 기간만 비약적으로 늘었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인간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말기 질환에 시달리던 환자가 결국 병원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 경우 의료인은 남은 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인도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삶의 질과 죽음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보호자에게 질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의사들이 더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사망의 전 과정을 온갖 진단명으로 세분화하고, 그때그때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데 급급해진다. 밥을 먹지 못하면 억지로 영양을 공급하고, 숨을 쉬지 못하면 기도삽관을 한다. 사망의 자연스러운 단계가 모두 처치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했다. '죽음의 의료화’(medicalization of death)' 환자와 가족에게 고통의 연장과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 낭비를 안긴다. 저자는 이러한 의료 시스템 속에서 일단 위급한 상황에 닥쳐 병원에 입원하면 당사자나 보호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연명치료의 굴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09년 보라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환자와 가족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웰다잉' 논의가 본격화됐고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진한 법안 세부 내용 탓에 오히려 무의미한 임종 과정의 연장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019년까지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33만여건 중 그에 따라 생을 마감한 사례는 725건 뿐이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가족 입장에서도 마음을 정리하고 죽음에 관해 대화해야 할지, 행정적으로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설명해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외에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능 저하와 대처법,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법과 임종장소 선택에 고려할 점 등 죽음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은 암 진단을 받고 가족과 여행을 떠난 91세 할머니, 입원 권유를 거부하고 호스피스 치료로 가족과 함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환자, 안락사를 택하고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난 구달 박사 등 국내외 다양한 웰다잉 사례도 소개한다. 김현아 지음, 344쪽, 창비, 1만7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품위있는 죽음' 공론화할 때 됐다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품위있는 죽음' 공론화할 때 됐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말기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 존엄사' 법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의됐다.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지만 품위 있는 죽음 이른바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조력 존엄사란 난치병 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에서는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라고도 하는데,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약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는 구별된다. 안락사는 의사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연명치료 중단 등을 포괄하고 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의료·윤리 전문가 등 15명 이내로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말기 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음을 증명할 서류 등을 갖춰 위원회에 조력 존엄사를 신청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 심사를 통해 조력 존엄사가 결정된 환자는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담당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조력 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에 대해서는 형법 상 자살방조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는 모두 불법이다.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며 소생 가능성 없이 임종을 앞둔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만 허용하고 있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ECLS),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을 받지만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의료를 의미한다. 해외의 경우 2002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뒤 안락사를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종 과정에는 있지 않지만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 의사로 삶을 종결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여론은 대체로 찬성 쪽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3~4월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지난달 26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2016년 찬성 비율 41.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응답자들은 찬성 이유로 Δ남은 삶의 무의미 Δ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 Δ고통의 경감 등을 들었다. 안규백 의원은 "생자(生者)는 필멸(必滅)하기에 누구나 죽음은 찾아온다"며 "죽음의 논의를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이른바 웰다잉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