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 초고령시대의 존엄사

'품위 있는 죽음' 초고령시대의 존엄사

웰다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평화롭게 떠날수 있는 권리' 연명의료 거부에 대하여

초고령사회 '노년의 삶', 행복할까요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노인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뉴시스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노인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뉴시스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는 겁니다. 노인들의 삶은 모든 젊은이들의 미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년의 삶은 어떨까요. 보건복지부가 3년 주기로 발표하는 노인실태 조사로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조사인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소득은 1558만원으로 월평균 130만원입니다. 74%는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경제활동 참여율은 37%로 3명 중 1명인 셈입니다.

건강상태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이 양호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절반은 질병에 시달린다는 얘기죠.
노인부부 둘이 살거나 노인 혼자 사는 비율은 78% 입니다. 자녀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노인은 12.8%뿐이였습니다. 자녀에게 기대고 싶지 않다는 의미겠죠. 노인 역시 삶의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취미나 여가활동을 꼽았습니다. 노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소득과 품위 있는 삶'이었습니다.
#초고령사회 #노인실태조사 #독거노인 #노인부부 #노인질병

노인들에게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노인들은 생계뿐 아니라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뉴시스
노인들에게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노인들은 생계뿐 아니라 '품위 있는 삶'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뉴시스

자녀들로부터 가장 대접받는 부모가 '연금부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산이 많으면 부모가 빨리 죽어야 내 재산이 되지만 연금이 많으면 살아있는 동안 지원해주면서 사후 재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거죠. 참 씁쓸한 농담입니다.
한국은 2025년에 65세 이상 비율이 20.6%로 높아지면서 초고령사회로 들어섭니다. 길을 걷다가 5명 중 1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을 만난다는 얘기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수 있는 소득이 '빵'이라면,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게 '장미' 입니다. 의학 발달로 수명은 연장됐으나 자존감을 유지할 사회적 역할이 늘어났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왕성한 사회활동 후 '잉여인간'처럼 되버렸다고 느끼는 노인들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장미'가 사라져버린 셈입니다.
#고령화시대 #일하는노인 #품위있는삶 #빵과장미 #연금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렇다면 노인들이 원하는 죽음은 어떤걸까요. 지난해 발표된 '2020 노인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 '신체·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 '가족과 함께 맞는 임종'을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오래 사는 것 자체는 '좋은 죽음'의 요건이 아닙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만 40~7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63.3%가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것'을 좋은 죽음이 아니라고 답했답니다.
수명 자체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고통이 없는 것, 가족 등 주변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는 것 등이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꼽힌다는거죠.
그러나 실제로 맞이하는 죽음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숨진 사람들의 장소 통계가 있습니다. 병·의원과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경우가 74.8%, 주택은 16.5% 입니다. 1998년 주택 내 사망자 비율이 60.5%, 의료기관은 28.5%였던 것과 비교하면 25년 만에 뒤바뀐 양상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76.8%로 평균치를 웃돕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조용히 삶을 마무리 하는게 아니라,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게 대부분의 죽음입니다.
#초고령사회 #웰다잉 #노인 #좋은죽음 #임종

연명치료와 '웰다잉'.. 공존하기 힘든 두갈래 길

초고령사회, 노인들의 마지막 거처는 대부분 병원이나 요양병원입니다. 병원 내 사망 중에서도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받다 맞이하는 죽음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중환자실은 '소생 가능성이 있는' 급성 중증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존 확률이 높지 않은 노인이나 말기 환자들이 응급실로 실려 왔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의료기구를 달고 생명만 유지하는 곳이 됐습니다.
중환자실의 인공호흡기는 환자를 매우 괴롭게 하는 연명의료 장치입니다. 호스가 목구멍을 타고 기도까지 삽입된 것 자체가 고통스러워 환자에게는 진정제를 투여해 오히려 자발호흡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고령자에게 행하는 심폐소생술(CPR)도 마찬가지 입니다. 임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키더라도 사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의료진은 CPR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손상될 수도 있죠. 맥이 돌아온다 해도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고, 그대로 사망한다면 마지막 모습은 처참해집니다.
병실에서 24시간 울리는 기계음, 늘 켜져 있는 조명에 숙면하지 못하고 악몽을 꾸기도 하며,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하면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애초에 말기 질환 등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까지 이같은 치료를 가하는게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한 할아버지 /뉴스1
요양병원에 입원한 한 할아버지 /뉴스1

요양병원도 자칫하면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이뤄지기 쉬운 공간입니다. 알츠하이머 등 회복 가능성이 없는 질병을 앓거나 말기질환 등으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기본적인 의료조치만 받으며 머무는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의 뜻이 맞아 연명의료 없이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 환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심폐소생술이나 수혈 등 조치로 생명만 유지하기도 합니다. 음식물을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길 우려가 있거나 소화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은 '콧줄'이라 불리는 튜브를 위까지 삽입해 유동식으로 식사를 합니다. 의식조차 없이 누워만 있는 환자도 이런 식으로 생명을 이어갑니다.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킨 의학발달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입니다.
#웰다잉 #연명치료 #요양병원 #심폐소생술 #고령화시대

우리나라에는 안락사와 관련한 두개의 판결이 있습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김할머니 사건입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술에 취한 남편이 넘어져 머리를 다치자 병원비를 걱정한 부인이 퇴원시킨 사건입니다. 남편은 당시 자발호흡은 불가능했지만 의식은 회복하는 추세였습니다. 퇴원후 인공호흡기를 뗄경우 사망할 것이 뻔했죠. 그러나 부인은 난폭했던 남편이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주는게 걱정돼 퇴원을 요구합니다. 의료진은 아내에게 퇴원후 피해자가 숨질 경우 법적 책임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퇴원조치합니다. 환자는 퇴원후 인공호흡기를 떼고 5분만에 사망합니다.
의료진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살인방조죄냐 아니냐를 놓고 대법원까지 법정다툼을 벌였지만 결국 '살인방조'로 처벌받습니다. 이 사건 이후 병원들은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퇴원 요구도 거절하게 됐습니다.
서울 보라매병원 /뉴시스
서울 보라매병원 /뉴시스

이후 2008년 '김할머니 사건'으로 존엄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합니다.
김할머니 사건은 '존엄사 허용'이 논점이었던 첫 판례입니다. 김할머니는 폐암 조직검사후 과다출혈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집니다. 병원에서는 호흡만 하면 생명연장에는 무리가 없다며 연명치료를 이어가자 자녀들은 과잉진료라며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승소합니다.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도 200여일을 연명한 후 사망합니다.
대법원은 식물인간 상태 고령의 환자가 인명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은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합니다. 당시 대법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합니다. 이 사건은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한 첫 판례로 역사에 남게 됩니다.
#존엄사 #안락사 #보라매병원 #김할머니사건 #연명치료 #연명의료중단 #상인방조죄

'김할머니 사건'은 한국사회에 존엄사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웰다잉'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 시기입니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합니다.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일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이죠.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이 바로 '웰다잉' 입니다.

2017년 당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기관에서 사용된 연명의료계획서. /뉴스1
2017년 당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기관에서 사용된 연명의료계획서. /뉴스1

지난해 6월 의사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예외를 두는 법안이어서 윤리적 논란 소지가 크고 호스피스 등 인프라도 아직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도록 한 법입니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해 2018년 2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기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습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146만474명입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연명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연명치료 #연명의료거부 #웰다잉 #김할머니사건 #존엄사

사진가 성남훈의 다큐멘터리 100일의 기록, 호스피스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 작품 중 하나 /뉴시스
사진가 성남훈의 다큐멘터리 100일의 기록, 호스피스 '누구도 홀로이지 않게' 작품 중 하나 /뉴시스

법의 테두리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연명의료결정법'이 갈 길은 멉니다. 호스피스를 비롯한 의료돌봄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임종 단계에서만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법 조항은 현실적 문제에 부딪칩니다.

의학적 치료로도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들에게 호스피스가 큰 대안입니다. 호스피스는 '죽음에 이르는 길을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죽음이 예상되는 환자가 마지막 순간까지 신체·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호스피스의 역할이죠. 가족들과 삶을 정리하고, 차분히 죽음을 준비하도록 신체적·심리적 측면으로 지원합니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호스피스 서비스 만족도는 매년 90%대를 유지할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재 법적으로 호스피스 대상이 되는 질병은 암·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만성 간경화·만성 호흡부전 5가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호스피스센터가 있는 곳은 전국에 88곳, 병상 수도 1478개 뿐입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원해도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명의료 #연명의료중단 #호스피스 #말기암 #초고령사회

모든 사람은 존귀하게 태어난 생명이다. 인간의 판단으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존엄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사람은 존귀하게 태어난 생명이다. 인간의 판단으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존엄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생명은 존엄하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종교계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의료계 또한 안락사와 같은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만큼 '시기상조'라는 의견입니다.
존엄사에 대한 국민들의 설문조사는 여러갈래의 결과가 나옵니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남용이나 범죄에 악용할 우려와, 생명경시 풍조 만연이 꼽힙니다. 안락사 합법화 설문조사에서는 76%가 찬성하는 결과 또한 공존합니다.
크게 보면 타인에 의해 생명이 끊어진다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또한 사망이 임박하다고 판정한 질병이 오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를 선택할 수 없듯 죽음 또한 마찬가지라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존엄사라는 단어 자체도 사실상 자살의 한 부분이며 과연 이것이 품위 있는 죽음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갑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나의 죽음과 가족의 죽음 앞에 우리는 얼마나 존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쉽게 대답을 찾기 힘든 질문입니다.
#생명존중 #존엄사 #안락사 #종교계반대 #안락사합법화 #조력자살

'자연스러운 죽음'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책 '조화로운 삶' / 출판사 보리)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책 '조화로운 삶' / 출판사 보리)

'곡기를 끊다'라는 표현이 있죠. 한국사회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일때 표현하는 관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표현을 그대로 실천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주의 학자가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입니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탄한 삶을 살다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가정도 해체되죠. 그때 신념이 맞는 평생의 반려자 헬렌 니어링를 만납니다. 둘은 '적게 소유하는 조화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하루의 절반은 일하고, 하루의 절반은 명상과 독서로 여생을 보냈죠. 생이 끝나는 날까지 일하는 삶을 표방했습니다. 그리고 100세가 되었을 때, 그는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깨닫는 어느 날 곡기를 끊습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여정의 시작이었죠. 그는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친구들과 삶을 마무리 짓고 싶어 했습니다. '곡기를 끊음'으로써 그는 자신의 삶과 마무리를 결정 지었고, 원하는 대로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스콧니어링 #조화로운삶 #존엄사 #헬렌니어링 #자연스러운죽음

히노하라 시게아키 /연합뉴스
히노하라 시게아키 /연합뉴스

행복한 장수비결로 유명한 일본의 의사가 있죠. 1911년 태어나 2017년 숨을 거둔 일본의 히노하라 시게아키입니다.
그는 105세가 될 때까지 현역의사로 활동하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책들을 집필하고, 음악회 지휘자로도 활동했답니다.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무섭다.······하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살아있다는 것이 진심으로 기쁘다. 살아 있으니까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105세가 되었어도 미처 모르는 자신이 많아서 가슴이 설렌다"고. 일하는 삶을 찬양했던 히노하라 박사는 105세가 될때까지 건강한 삶을 살다 폐렴에 걸리자 연명을 위한 치료를 거부합니다. 영양 공급 튜브줄을 다는 대신 집에서 요양하다 가족들 품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히노하라시게아키 #105세의사 #일본최고령의사 #존엄사 #연명의료거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기 104의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자로 103세가 될때까지 생태학 논문을 편집한 식물학자이자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입니다.
구달 박사는 104세의 어느 날, 홀로 집에 있다가 낙상을 하고 맙니다. 고령의 낙상으로 구달은 앉아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더이상 자신의 집에서 지낼 수 없게 된 구달은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더는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 그가 선택한 것은 안락사였습니다.
2018년 구달은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구달은 생애 마지막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으며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죽음은, 초고령사회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큰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수천개의 생각과 논란으로 남았습니다. 다만 104세의 거동 불편한 노인의 남은 생애가 타인의 도움 없이는 밥 한끼조차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만은 명징합니다.
#데이비드구달 #존엄사 #연명의료거부 #노인

장 뤽 고다르 /AP연합뉴스
장 뤽 고다르 /AP연합뉴스

장 뤽 고다르와 알랭 들롱은 영화판을 뒤흔든 세기의 남자들입니다. 장 뤽 고다르는 1960년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하면서 프랑스 영화사의 새 물결 '누벨바그' 시대를 이끈 장본인입니다. 그가 올해 9월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불치성 질환으로 더이상 정상적으로 살 수 없게 되자 스위스에 있는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했습니다.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도 안락사를 결정했죠. 그는 지난해 1월 아내를 췌장암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아내 또한 안락사를 결정하였으나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힘겨운 투병 끝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그는 지금 스위스에 거주하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은 병원을 거치지 않고 평화롭게 떠날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스위스 #장뤽고다르 #알랭드롱 #안락사 #존엄사

기자 정보 카드

최신 뉴스

[100세건강] 삶만큼 중요한 건 건강한 죽음…'웰다잉'의 현재

[100세건강] 삶만큼 중요한 건 건강한 죽음…'웰다잉'의 현재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건강한 삶만큼 '건강한 죽음'이 화두가 되었다. 의학의 발달로 어떤 병이든 사망률은 줄었지만 질병이나 노화 그 자체를 막지는 못해 이제는 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오랜 기간 투병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이 됐다. 그런데 병원에서의 마지막은 대체로 '웰다잉'(well-dying)과는 거리가 먼, 인간의 품위와 존엄도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게 된 이유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 자체가 산업화된 데서 찾기도 한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생애 동안 쓰는 의료비 대부분을 마지막 1~2년 동안 쏟아붓다가 사망하고 그 후에는 화려한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산업화, 시스템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책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박중철 지음)에 따르면 자신이 살던 집에서 죽는 경우는 이제 드물어져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3명이 병원에서 죽는다. 의학적으로는 의식과 기력이 떨어져 음식을 섭취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지면 자연스럽게 몸에서 탈수가 되면서 사망한다. 그런데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의료진은 이 상태의 환자에겐 콧줄을 넣어 인공영양제를 강제로 투여해 억지로 살려낸다. 그렇다고 죽을 상황이 되었는데 병원에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장례식장에 가려면 사망진단서가 필요하다. 이 진단서에 쓸 수 있는 사인은 병사와 외인사, 불상밖에 없다. 병원에서는 병사로밖에 기록할 수 없는데 병원은 어떻게든 사람을 살려내는 곳이라 임종 전까지 수많은 검사와 치료가 시도된다. 앞서 1997년에 보라매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증 환자를 퇴원시켰다가 의료진이 살인치사와 살인방조죄로 형사 처벌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병원마다 중증 환자의 퇴원은 쉽지 않아졌다. 당시 의료비 부담에 시달리던 부인의 요청으로 퇴원시켰다가 의료진과 부인이 처벌받은 사례였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같은 건강하지 않은 죽음에 반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2018년 104세 호주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구달 박사는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 역시 "특정 나이, 특정 시점부터 병원이나 생명유지 장치를 거치지 않고 조용히 세상을 떠날 권리가 있다"며 지난 3월 안락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고통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종결시키는 안락사는 불가능하지만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 제도가 시행되며 존엄사는 허용됐다. 존엄사는 사망이 임박한 환자가 더 이상 연명치료 없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며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지난 6월에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명 '조력존엄사법안'을 대표발의하며 말기 환자가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일부 호스피스 병원 임종실처럼 일반 병원에서도 임종실을 만들어 고통없이 담담하고 차분히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병원의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은 2018년에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고 2020년에도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도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노인情] "죽음보다 두려운 치매… 자식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아"

[노인情] "죽음보다 두려운 치매… 자식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아"

[편집자 주] '노인情'은 지금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우리 아저씨 더 악화되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 갈 수 있도록 내가 애써야지" 서울시 용산구에 사는 77세 이이순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85세 남편을 돌보고 있다. 남편은 5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다행인 점은 이 할머니가 남편의 증상을 조기에 알아챘다는 것이다. 당시 남편은 30분 전에 마친 식사를 기억하지 못했고 사소한 일에 고집부리는 일이 잦았다. 이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주민센터에 방문해 연계된 병원을 소개받았다. 덕분에 남편은 비교적 빠른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었다. 물론 치매는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다만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이다. 이 할머니의 남편도 5년 동안 치매가 조금씩 악화됐다.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대소변을 가리는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위안 삼았다. 그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괴팍한 행동을 하는 남편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며 "환자도 힘들고 나도 지치지만 어쩌겠나. 가족인 내가 돌봐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잠을 못 잘 때가 많다"며 "이러다 나까지 아프면 누가 남편을 돌보나. 내가 더 잘해서 우리 아저씨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살다가 보내야지"라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 자식과 함께 남편을 돌보는 게 어떻냐고 묻자, 자식들 고생시키기 싫다며 최근 자신과 남편에 대한 연명치료 거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 급속도로 증가하는 치매 인구…건강을 위협 받는 노인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는 약 75만명에 달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10명 중 1명, 8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이 치매환자로 추정된다. 치매환자는 12분에 1명씩 발생하고 약 5년 뒤인 2025년에는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다 보니 사회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치매관리에는 연간 약 14조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치매로 실종되거나 가족에게 버려지는 인구도 늘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약 7059명의 치매환자가 실종됐다. 지난 4월에는 10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본 80대 남편이 "지치고 힘들었다"며 아내를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는 사건도 일어났다. 치매는 노인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삶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가사도우미를 두고 혼자 살고 있다는 87세 강인식 할아버지는 "집에 혼자 있으면 대화할 사람도 없고 치매에 걸릴까봐 억지로라도 밖에 나간다"며 "자식들은 시설 좋은 요양원에 보내주겠다고 하지만 요양원은 사회에서 격리되는 것 같아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죽을 때까지 자식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다"며 "어떻게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에 다니며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할아버지처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무료로 치매검사를 하고, 검사에서 기준치보다 점수가 낮을 경우 연계된 병원을 소개 받을 수 있다. 또 미술·음악·운동치료 등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 약 7년째 다니고 있다는 97세 김양순 할머니는 "일주일에 4번씩 센터에 와서 체조도 하고 퍼즐을 맞춘다"며 "가만히 있으면 건망증만 심해진다. 치매에 걸리면 감각이 마비돼서 내가 치매에 걸린 지도 모를 거 아닌가. 뭐라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용산구 치매안심센터에 관계자에 따르면 한 달에 약 400명 정도의 노인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관계자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어르신이 치매의 부정적인 인식 탓에 센터에 오기 꺼려한다"며 "중요한 건 예방이고 치료인 만큼 거리낌 없이 센터에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인 #치매 #치매안심센터 [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의미없는 생명 연장…연명치료 '거부'하고 왔습니다"

"의미없는 생명 연장…연명치료 '거부'하고 왔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아무것도 못하고, 가족도 못 알아보고 그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붙어있는게 사는 걸까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이고, 자식들은 죄책감 때문에 호흡기를 떼라고 할 수 없겠죠. 저와 제 아내는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을 인정한 이후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140만명 넘는 인원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어디에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근 국내에서도 말기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명의료중단, 말기환자까지 확대?  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1일까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설문은 특히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임종기 환자 외에 말기 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우리나라에선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대상자로 규정한다. 말기환자는 사망에 임박한 임종기와는 달리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 19세 이상 누구나…'연명거부' 어떻게?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기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작성해 둘 수 있다.  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철회도 가능하다.  작성 가능 기관을 찾고 싶다면 국립연명의료기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사는 곳과 가까운 의료기관들이 나온다. 비용은 무료다. 142만명 "연명치료 안 할래요"  국민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기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42만2434명이다.  연령별로 70~79세(61만5906명)가 가장 많고 이어 80세 이상 26만3961명, 60~69세 22만3417명, 60~64세 14만2794명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등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30~39세 8239명, 30세 미만은 3876명이 등록했다. 40~49세는 38만105명, 50~59세는 12만6136명 등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등록자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남성은 44만2915명, 여성은 97만9519명으로 조사됐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 등이 이행된 사례는 8월까지 총 23만4292건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설문 대상자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받을지'에 대한 질문에 81.7%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45%는 '절대 받지 않겠다', 36.7%가 '받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  임종 과정에는 있지 않지만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 의사로 삶을 종결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조력 존엄사다. 난치병 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6월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예외를 두는 법안이어서 윤리적 논란 소지가 크고 입법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호스피스 등 인프라도 아직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email protected] 홍예지 기자

'삶의 마지막 스스로 결정'…연명의료의향서 등록 74만명

'삶의 마지막 스스로 결정'…연명의료의향서 등록 74만명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한해 사망하는 사람 중 75% 가량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연명의료라고 불리는 생명 연장을 위한 시술이나 처치를 받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낸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환자의 평소 뜻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지속해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대통령 소속 국가 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013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구체적 절차와 방법을 논의했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 권고에 따라 2016년 제정된 법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가 스스로의 의사로 연명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연명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남겨놓을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 호스피스(완화 의료)의 선택 등에 대해 작성하는 문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소, 의료기관 등 459곳의 등록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이미 작성한 경우라도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 과정에서 설명이 제공되지 않은 경우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요청에 의해 담당의사가 작성한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등록한 296곳의 의료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다.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해당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가 1명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연명의료계획서 또한 환자 본인이 담당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하고, 이미 작성한 경우라도 언제든지 그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1년8개월 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74만명,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5만3000명을 넘어섰다. 고령층의 참여가 활발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의 80%,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의 70%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도 늘고 있다. 2018년 2만8000건이었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2019년 5만2000건으로 늘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7만3000건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현재까지 내려진 연명의료 중단 결정 12만5000건 중 8만건(65%)은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합의에 의해 이뤄졌다. 연명의료계획서를 등록한 경우가 4만1000건(32.8%)이었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경우는 3400건(2.7%)에 불과했다. 한해 사망자 4명 중 1명은 요양병원에서 삶을 마감하지만, 정작 요양병원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전체 1571곳 중 43곳(2.7%)에 불과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더라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내려지려면 병원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하지만 5명 이상의 위원을 둬야 하고 비용 부담도 들어 규모가 작은 요양병원들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두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요양병원에서 정작 연명의료 중단이 될 수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득이 될 것이 없는데 해마다 200만원의 위탁료와 1건 당 15만원의 심의료를 부담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행정 절차 간소화, 지역의 공용윤리위원회를 별도 운영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존엄하게 죽을 권리 달라"…인권위 가는 '웰다잉 논란'

"존엄하게 죽을 권리 달라"…인권위 가는 '웰다잉 논란'

기사내용 요약 윤영호 서울대병원 교수·민간 변호사 2명 6일 오전 인권위에 정책제안서 제출 예정 말기환자 질병따른 호스피스 선택권 제한 의사조력사망 입법 미비는 헌법위반 의견 "호스피스·말기환자 자기결정권 확대해야"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존엄하게 죽을 권리(웰다잉)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 간다. 회생 가능성이 낮고 치료해도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멈추는 '연명의료결정법(연명의료법)'을 개정해 일부 질환으로 제한된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의사조력사망)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서가 인권위에 전달된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민간 변호사 2명(최창석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김효붕 중부로 대표변호사)은 오는 6일 오전 "인권위에 존엄한 죽음에 역행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 정책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윤 교수와 민간 변호사 2명은 인권위 주관으로 헌법재판소에 말기 환자의 호스피스 선택권 제한하고, 의사조력사망을 법제화하지 않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윤 교수는 "질병 부담과 사회적 돌봄 부재로 고독사,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 비참한 죽음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에 따른 정책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말기 환자의 질병 종류에 따른 호스피스 선택권 제한으로 헌법에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연명의료법을 개정하고, 의사조력자살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확대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불평등을 해소해 헌법 제10조에 담긴 국민의 행복추구권 및 삶의 자기 결정권을 실현하고, 광의의 웰다잉 정책을 병행해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2018년 연명의료법 시행 후 연명의료 중단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8~25%에 그쳤다. 가족에 의한 연명의료 결정 비율이 60% 정도여서 법 제정 취지와 달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호스피스 이용률이 암 사망자의 23%, 전체 사망자의 6%로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운데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질병이 말기 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 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호흡부전 등 5개 질환으로 제한돼 있다. 이번 정책제안서에는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를 위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의사조력사망 입법화 정책 개발과 법률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윤 교수는 "회복 가능성이 없고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의 경우 자발적인 의사결정과 적법한 절차를 통해 담당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 입법화는 헌법에 담긴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자 휴머니즘의 구현"이라면서 "심의과정에 발견된 문제들을 사회공동체가 해결하기 위한 체계와 조직, 예산이 마련됨으로써 말기 환자가 남은 삶을 잘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광의의 웰다잉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력존엄사'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생명경시 풍조 확산이 우려된다"는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앞서 독일,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이탈리아 등에서는 의사조력자살 금지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내년까지 의사조력자살 합법화(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관련해 공개토론을 추진할 예정이다. 윤 교수는 "연명의료법 개정과 의사조력자살 법제화를 통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연명치료를 최소화하고, 말기 환자의 남은 삶과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돌봄 공동체 문화 형성으로 고독사, 간병 살인, 동반 자살 등 비참한 죽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