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처럼 이름이 많은 생선도 없습니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명태를 갓 잡으면 생태, 명태를 얼리면 동태, 명태를 바짝 말리면 북어, 반쯤 말리면 코다리, 한겨울에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면 황태가 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황태를 다룹니다. 황태는 새하얀 입김이 나오는 '한겨울'에만 만들어지는 별미이기 때문입니다.
겨우내 말려진 황태는 살 안에 본연의 맛이 깊게 배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이 납니다. 맑은 물에 황태를 넣고 끓이면 사골처럼 뽀얀 육수가 우러나죠. 황태 육수에서는 말린 생선을 우렸을 때 나는 은근한 바다 냄새와 황태 특유의 구수한 맛이 느껴집니다. 달걀을 풀면 깊고 담백한 맛을 더할 수 있으며 콩나물이나 청양고추 등 칼칼한 맛을 더해 줄 야채나 조개 등을 넣으면 개운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더덕은 쌉싸래한 향이 일품인 뿌리 나물입니다. 향이 진하고 그윽해 더덕이 자라는 곳 근처에서도 더덕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땅 위로 푸르게 핀 더덕 잎을 찾아 흙을 조심스레 들추면 산삼처럼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더덕이 나타납니다. 더덕은 통통하고 울퉁불퉁한 몸에 나이테처럼 촘촘하게 주름이 가 있고, 두껍고 탄탄한 껍질에 쌓여있습니다.
더덕고추장무침은 그 자체로 훌륭하지만 여러가지 음식에 곁들이기에도 좋습니다. 삼겹살 구이에 김치를 함께 구워내듯 더덕고추장무침을 곁들여보세요. 더덕고추장무침의 씁쓸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돼지고기 잡내와 느끼한 맛을 중화해줍니다. 더덕고추장무침을 단독으로 숯불에 구워도 좋습니다. 물기가 증발해 탄탄한 식감이 배가되고 섬유질 사이사이에 훈연의 풍미가 더해져 고기를 곁들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요리가 됩니다.
포항의 구룡포 마을은 차가운 바닷바람이 볼을 얼얼하게 만드는 겨울이 되면 다른 계절보다 분주해집니다. 과메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덕장에 매달아 바닷바람에 반건조한 음식입니다. 황태와 마찬가지로 야외에 매달아 여러 날을 건조합니다. 황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황태는 산간지방에서 들판의 바람을 맞으며 두 달 이상 말리는 반면 과메기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 옆에 덕장을 두고 촉촉한 바닷바람에 이주 남짓 말립니다. 생선을 통째로 말린 것도 있고, 창자를 제거한 후 반으로 갈라 말린 것도 있습니다. 반으로 가른 생선은 사나흘 만에 완성되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바다 생물을 관찰해 만든 도감 <자산어보>에서는 꼬막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크기는 밤만하고 모양은 조개를 닮아 둥글다' '고기 살은 노랗고 맛이 달다'. 꼬막은 소설가 조정래가 쓴 현대 소설 <태백산맥>에도 등장합니다. <태백산맥>에서는 꼬막을 '간간하고 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다'라고 설명합니다. 꼬막 속에는 이렇게 다양한 맛이 담겨있습니다. 바지락이나 모시조개같은 다른 조개에 비해도 살이 실하고 풍미가 깊고 진합니다.
꼬막은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한 음식입니다. 체내 단백질 합성을 도와 세포의 성장과 발육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각종 아미노산을 함유해 피로 해소에도 효능을 보입니다. 꼬막에는 칼슘과 철 또한 풍부합니다. 칼슘은 뼈를 강화하고 철은 적혈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꼬막 100g에는 철 6.80mg이 들어있으며 이는 하루 필요량의 58%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꼬막은 표면이 매끈한 다른 조개와 다르게 표면에 울퉁불퉁한 골이 있습니다. 조개 속의 흙과 유기물을 해감하기 전에 표면의 이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죠. 꼬막을 손질할 때는 흐르는 물에 꼬막을 바락바락 치대 골 사이사이의 이물질을 제거해주세요. 꼬막을 깨끗하게 세척했다면 이제 해감을 할 차례입니다. 빛이 투영되지 않는 스테인리스 볼이나 냄비 등에 꼬막이 잠길 만큼 물을 넉넉하게 붓고 소금을 넣은 후 뚜껑을 덮어 1시간 정도 유지해주세요. 염분이 있는 물을 바다로 착각한 꼬막이 제 속의 이물질을 뱉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