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빚 방관만 할 것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17 05:13

수정 2014.11.07 12:28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집계한 올 상반기 현재의 국가채무는 지난해말 보다 무려 6조379억원이나 늘어난 113조7723억원에 달하고 있다. 1개월에 1조원씩 늘어난 셈이다. 또 97년의 65조원에 비하면 갑절 가까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잠재적인 나라 빚이 이것만이 아니라는 점과 빚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의 평균치인 69%보다 훨씬 낮은 22%에 지나지 않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낙관론에서 찾을 수 있다. IMF가 국가채무로 분류하지 않는 보증채무 81조5046억원(지난해말 현재),정부투자기관과 정부출자기관의 부채 399조6629억원 역시 잠재적인 국민부담임에 틀림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국가체력의 비교 없이 나라빚의 비중만 단순비교하는 것은 빚을 지는 것보다 더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IMF사태로 인해 지난 2년간 무려 64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여되는 등 재정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구조조정 등으로 내년 이후에도 적자재정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나라빚을 지지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러나 빚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하면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 국가도 빚을 질 수 있다. 또 건전한 빚은 자산 이상의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빚을 져야 하는 필요성과 그 효용성 그리고 상환계획 등 엄격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반년 사이에 6조원의 빚이 늘어났는데도 그 빚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조차 없다. 이처럼 많은 빚을 짐으로 인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수익(受益)과 부담의 크기 비교 없이,다시 말하면 채무의 효용성 분석 없이 필요할 때마다 차입을 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내년도 세수 증대분 5조원 가운데 재정적자 축소에 투입되는 것은 겨우 1조7000억원 밖에 되지 않는 것 역시 이러한 안일한 자세에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져야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당장 빚을 갚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적어도 부채관리 시스템만이라도 갖춰 누수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빚을 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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