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의 쉼터 ‘뿌리의 집’ 문열었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13 09:48

수정 2014.11.07 15:55


해외입양인들의 둥지 역할을 하게 될 ‘뿌리의집’(공동대표 김길자 서경석 장만순)이 지난 7일 서울 청운동에 문을 열었다.

건평 150평,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양옥주택을 개조해 만든 뿌리의집은 고국을 방문한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일종의 쉼터. 3명의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인 김길자 전 경인여대 학장은 “해외입양인들이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제대로 배우고 생부모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들이 머물며 고국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뿌리의집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된 뿌리의집은 지난해 3월 김대표가 자신이 살던 집을 내놓으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김대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서경석 목사와 장만순 전 제네바 대사가 차례로 합류했고 지난 2월부터는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했다.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느낌을 주는 뿌리의집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의 후원과 삼성전자, 한샘, 금강고려화학, 목화가구, 경동보일러 등 기업의 지원으로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해외로 입양된 한국 어린이는 약 20만여명. 지금도 한 해 2000여명의 어린이가 해외로 입양되고 있지만 그들에게 한국은 ‘또하나의 외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입양인을 위한 지원시스템의 부재와 높은 언어장벽, 배타적인 민족주의 등이 그들을 또 한번 좌절케 만든다는 것. 김대표는 “뿌리의집은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는 것 외에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생부모를 찾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체계적인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개원식에는 미국으로 입양돼 현재 워싱턴주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호범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뿌리의집 개원 소식을 듣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는 신씨는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마련됐다는 사실이 해외입양인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뿌리의집에 관한 문의는 전화(02-3210-2451)나 인터넷 홈페이지(www.koroot.org)를 통해 할 수 있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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