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공격적 경영 나선 삼성의 자신감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29 12:19

수정 2014.11.07 11:03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그룹이 내년에 시설 및 설비투자에 모두 21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시설투자의 경우 올해보다 13%, 연구개발투자는 19%나 늘어난 것이다. 내년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이미 글로벌기업의 대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의 세계적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다.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와중에 삼성이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지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삼성의 오늘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시대적 흐름을 예견하고 경쟁기업들에 앞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던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있었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있어 내년에도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투자뿐만 아니라 수출증가율도 올해보다 12.3% 증가한 592억달러로 잡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1050원으로 잡고도 이 정도 목표를 세운 것이다.

삼성이 올해 거둔 실적은 사실 놀라운 것이다. 매출이 135조5000억원이고 경상이익은 19조원에 달한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지적한 대로 지난해 기준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 회사 9개중 순수 제조회사는 일본의 도요타가 유일한데 삼성이 올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문자 그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내년도 ‘공격경영’ 계획 뒤에는 놀라운 실적을 거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삼성이 내년도 경상이익을 올해보다 23.2%나 줄어든 14조6000억원으로 잡고 있는 점이다.
환율이나 유가는 물론이고 정보기술(IT) 경기전망 등이 워낙 나쁜 탓이지만 삼성조차 이처럼 경상이익 목표를 줄인 상황이고 보면 다른 기업들의 수익 전망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삼성은 불황에 대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우려된다.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해외변수를 조정할 수는 없지만 예측 가능한 모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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