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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매물 나오면 5천만원씩 뛴 곳도”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1 16:53

수정 2014.11.05 11:34



최근 서울·수도권 중소형 아파트값이 이상 급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전세난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격차가 크지 않은 중소형 아파트는 자금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 힘든 전셋집보다는 차라리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경기 성남 판교와 파주운정 신도시, 서울 은평뉴타운 고가 분양이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고가 분양이 주변 집값을 들쑤셔 전세세입자들에게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말만 믿고 있다가는 낭패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 중소형 아파트값 이상 급등

학원이 밀집해 있어 강북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는 여름 휴가철 이후 32평형대 아파트가 5000만원가량 올랐다. 40∼50평형대 중대형 역시 여름까지만 해도 평당 150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평당 18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좋은집공인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정체돼 있던 집값이 최근 들어 이상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판다고 내놓았던 매물을 모두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중소형아파트가 몰려 있는 도봉구 쌍문동, 방학동도 최근 나왔던 매물이 거래되면서 30평형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1000만원가량 가격이 올랐다.

뉴타운개발 호재와 경전철이 예정돼 있는 동대문구 답십리동, 전농동 일대도 상승세는 마찬가지. 30평형대의 경우 최근 1000만∼2000만원가량 상승해 답십리 청솔우성 32평형이 현재 2억8000만∼3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또 전농동 SK 33평형은 이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강남지역도 중형 아파트값이 강세다. 강남 대치동 쌍용 1차아파트 31평형은 하한가가 8억9000만원이지만 이미 9억원짜리 급매물이 다 소진된 상태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우성이나 미도, 은마아파트 등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물건이 많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지금처럼 매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매물이 나올 때마다 한번에 5000만원씩 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U턴 프로젝트의 중심축을 이루는 광진구와 성수동 지역은 중소형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광진구 광장동 부동산랜드 공인측은 “매물이 턱없이 모자란데 하루에 30통 이상의 전화가 오고 있다”면서 “현대3단지 25평형이 두살새 4000만원 올라 3억원을 호가한다”고 전했다.

신도시 지역도 중소형아파트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파주 운정지구 분양 여파에 파주 일대 아파트가 오른 가운데 일산신도시도 최근 집값이 크게 뛰고 있다. 호수공원이 가까운 장항동 일대 24평형 아파트의 경우 두달전만 해도 1억6000만원이었지만 현재 2억1000만원으로 5000만원이 상승했다.

일산 장항동 J공인측은 “이대로 가다보면 추석 이후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 분명하다”면서 “매물이 나올 때마다 2000만∼3000만원씩 뛸 수 있기 때문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결국 공급 확대만이 해결책

실제로 서울지역에서 10∼2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 공급은 매년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서울시 동시분양으로 공급된 10∼20평형대 아파트는 2001년 5824가구에서 2002년 5507가구, 2003년 3894가구, 2004년 3080가구로 매년 큰 폭 감소했다.

2005년 서울시 동시분양 제도가 폐지되고 유일한 아파트 공급루트였던 재건축마저 정부 규제로 힘들어지면서 10∼20평형대 아파트 공급은 2000가구도 채 안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재건축 때 소형아파트 의무비율에 따라 짓는 물량 외에는 사실상 10∼20평형대는 공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30평형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대형아파트에 비중을 많이 둔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올해 6개 현장 2822가구를 분양했지만 10∼20평형대 아파트는 전무한 실정이다. 삼성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업체도 중소형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실 중소형아파트는 팔아먹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서민주거 안정을 외치는 주택공사와 SH공사 등도 중대형 아파트 공급에 열을 올리겠느냐”며 “최근 전세난과 중소형 아파트값 오름세는 공급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형뿐만 아니라 중대형 등 전체 아파트 공급을 늘려 전세→중소형→중대형아파트로 물 흐르듯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발이익환수제 폐지 등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양질의 택지공급을 늘려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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