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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리치] 연초 여윳돈 불리기-차세대 투자 상품 ‘아트펀드’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05 18:08

수정 2014.11.13 17:06



‘은행원들이 모이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아트펀드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지난해에 이어 국내 2호 아트펀드가 출시됐습니다. 아트펀드로 인해 국내 미술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술계에서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상황에서 금융계에서는 미술시장 전망이 밝다고 확신합니다. 아트펀드를 ‘미학적 감성’과 ‘경제적 이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줄 최고의 대안투자상품으로 꼽고 있습니다.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 한해 급신장했습니다.
경매시장의 경우는 전년보다 2.8배 성장했고 낙찰가는 서울옥션과 K옥션 각각 27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천경자 박수근 이중섭 등 근현대 서양화 가격은 2005년보다 평균 33.5% 상승했고 국내미술작품 가격지수는 2005년 135에서 2006년에는 181로 수직상승했습니다. 미술시장 활황과 함께 ‘아트도 재테크’ 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 아트펀드는 사모펀드로 일반인들에겐 ‘그림의 떡’이지만 조만간 일반인들도 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아트 펀드’와 ‘돈이 되는 그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아트펀드.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아트펀드란 쉽게 말해서 주식 대신 미술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자금운영사가 투자자의 돈을 모아 미술품을 사들인 뒤 되팔아 이익을 분배하는 간접 투자입니다. 블루칩 작가, 미래가치가 전망된 예술작품에 투자하는 거죠.

-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되는 건가요.

▲현재 아트펀드는 지난해 이어 2개가 탄생됐는데요. 현재 이 아트펀드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사모펀드입니다. 고액의 재산가나 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입니다. 지난해 9월 굿모닝신한증권이 출시한 서울 명품아트사모1호펀드는 규모가 75억, 만기는 3년6개월에 목표수익률은 연간 10%+α입니다.

투자운용자산의 95%를 미술품에, 5%는 채권·어음·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형 상품입니다. 김흥수 화백과 고 백남준, 중국의 유명 화가 위민준, 지다춘의 작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미술품은 강남에 있는 표화랑에서 선정하고, 작품을 팔 때도 표화랑을 통해서 팔게 됩니다.

‘100억대 스타아트펀드’도 만기가 3년6개월에 목표수익률은 17.36%입니다. 스타아트펀드는 6개월마다 결산해 이익을 분배한다고 합니다. 스타아트펀드는 골든브릿지 자산운용이 펀드를 운영합니다. 미술품 선정은 박영덕화랑 등 5개 화랑이 모여 만든(각 10억씩 출자) 한국미술투자주식회사에서 맡았고 작품을 팔 때도 이 회사에서 팝니다. 현재 1차 선정된 작가는 국내 작가 30명 해외작가 12명이 공개됐습니다. 한국미술투자는 앞으로 선정된 블루칩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고 경매에도 출품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 아직까지는 낯선감이 있는데요, 아트펀드가 이렇게 출시되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작년에 부동산을 옥죄니 미술시장이 산다는 말이 있었어요. 부동산 시장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주식과 부동산에서 빠진 뭉칫돈이 미술시장으로 흐르고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투자 억제정책으로 새로운 투자품목을 기다리는 자금이 약 25조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나돕니다. 그래서 아트펀드는 대세라고 합니다.

또 그동안 기업들이 그림을 사면 불용자산으로 분류돼 세금 30%를 더 냈는데 몇 년 전부터 기업자산의 1% 한도내에서 이를 허용해줬습니다. 기업들이 미술품 구입에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법인세법을 바꿔 기업이 구입하는 미술품을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법인들이 미술시장의 기관투자가로 가세하면 미술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보일 것입니다. 미술품이야말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럭셔리’라고 합니다. BMW나 샤넬로 자신을 과시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죠. 앞으로 사모아트펀드는 7∼8개 더 나온다는 이야기가 화랑가에 퍼져 있습니다.

- 시작단계이지만 아트펀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 아트펀드는 작품을 모으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좀 더 객관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차원의 기존 미술품투자와는 구별됩니다. 미술품 투자의 강점은 불경기에도 안전하다는 점입니다. 미술품은 단 한 점만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이 늘어날 수 없어 다른 자산증식 프로그램보다 훨씬 안전한 투자품목입니다.

위험부담이 큰 주식투자보다는 후대에도 남겨줄 수 있고 고품격 지위상승 효과도 거둘 수 있고 세금혜택도 받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가들에게 분산투자차원에서 매력적이지만 아직 국내시장은 태동기인데다 투자리스크도 상대적으로 큰 만큼 실제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또 주식시장처럼 공식적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시장이 자리잡지 않아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앞으로 작품 값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 그림투자 쉽지 않은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돈이 있다고, 돈이 된다고 “이 참에 미술품에 투자 좀 할까” 하고 만만하게 덤비면 큰 코 다칩니다. 미술품이야말로 어려운 투자종목이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합니다.

미술거래 또한 주식거래와 비슷합니다. 주식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중요시하듯이 핵심 미술가들을 산업분야의 리더로 보면 되고, 상급 갤러리들은 괜찮은 회사로 보면 됩니다. 특정 산업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미니멀리즘이나 포토리얼리즘과 같은 특정 경향의 작품을 중심으로 거래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고가의 상품을 ‘블루칩’이라 지칭하는 미술시장에서 블루칩 미술가인 피카소나 마티스 작품을 사는 것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 1000주를 팔거나 사려면 중개인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끝나는 주식시장과 달리 피카소 작품을 사거나 팔려면 아낌없는 노고와 끊임없는 탐색의 과정이 보태져야 합니다. 우선 미술품에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어느 화랑에 어떤 작품이 걸려있고 얼마나 부르는지 어떤 작품은 얼마나 걸려있다 팔렸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랑에 자주 드나들어야 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애정과 안목이 더 중요합니다.


- 어떤 작품을 사야 할까요.

▲ 각자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한 가지 단서를 붙여야 합니다. 바로 자기의 눈과 귀를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좋아서 산 그림이지만 나중에 돈이 되지 않으면 후회하니깐요. 투자금액은 자신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 적당합니다.
돈이 되는 작품 가이드를 소개하겠습니다.

△내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은 남도 안 산다 △돈 없고 눈 있으면 테마 컬렉션을 시도하라 △단 한 점이라도 직접 사봐야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작품과 작품가를 반드시 입력해두라 △도록이나 포스터에 실린 작품을 노려라 △경매가를 맹신하지 마라 △가격이 막 오르기 시작한 작품을 사라 △믿을 만한 곳에서 사라 △트렌드를 주도한 작품을 사라. 도움말 K옥션 김순응대표·한국미술투자 이인홍 기획이사·아트프라이스 김윤섭이사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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