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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퇴직 공무원 잡아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9 22:34

수정 2014.11.07 11:22

“공무원 엑소더스(탈출)를 고급 인재 영입의 기회로 삼아라.”

재계가 정부조직 통폐합 및 축소에 따라 발생하는 퇴직 공무원 영입을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신사업과 대형 인수합병(M&A)을 계획 중인 대기업들 중심으로 퇴직 공무원 영입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고위직 공무원 영입에만 힘써 왔지만 앞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중간 직책 인재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고위 퇴직 관료를 싹쓸이 해 온 삼성이 ‘삼성특검’ 이후 공무원 영입에 신중해지면서 다른 그룹들의 퇴직 공무원 채용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철강 및 증권 등 신사업이 진행 중에 있어 필요에 따라 공무원 출신 인재 등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 출신 중 선별해 필요에 따라 등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자업계는 지난해 전직 관료 출신 영입이 활발했으며 올해도 신사업을 진행하는 LG 등에서 추가 영입이 기대된다. 하이닉스와 동부하이텍 등이 이미 전직 관료 출신 최고경영자(CEO)와 고문을 지난해 영입한 바 있다.


하이닉스는 전직 산자부 차관 출신인 김종갑 사장을, 동부하이텍은 전직 정통부 장관 출신인 진대제씨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글로벌 신사업과 기업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는 두산, 롯데, 한솔, SK, LG, 금호 등은 그동안 고위 공직자 영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범LG계열에선 정기영(금감원 전문심의위원), 배두용(국세청 4급), 진념씨(재경부 장관) 등이 영입된 바 있다. 동부는 홍현국(국세청 감사관) 황보윤씨(공정위 심판관리2담당관)를, 롯데는 박상조(공정위 상임위원) 장활철씨(금감원 춘천출장소장) 등이 영입된 바 있다.

두산그룹에는 윤영대(공정위 부위원장), 박화순(서울지방국세청 징세과장), 이동훈(납세지원국장), 이종관(보령세무서장) 조규명(종로세무서장) 이종갑씨(재경부 원자재수급계획관) 등이 영입됐다. 또 SK그룹은 윤영대(공정위 부위원장), 김종옥(금감원 검사총괄국 2급), 강남길(금감원 증권검사국 팀장), 조종연(금감원 조사2국장), 옥화영씨(공정위 심판관리1담당관) 등을 영입한 바 있다.

제약업계도 전직 고위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김창순씨를, 녹십자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을 사외이사로 각각 추천했다. 이근수 전 증권감독원 부원장은 중외제약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 전 3년 이내에 맡았던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에 2년간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고위직 퇴임 공무원들은 법의 저촉이 없는 협회로 자리를 먼저 옮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설립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경우 김동원 상근부회장이 전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출신이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주덕영 상근부회장이 전 산자부 국장 출신이며 한국섬유산업협회 하명근 상근부회장은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무역위원 출신이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산자부 출연기관의 경우 전직 산자부 출신들이 요직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협회들이 퇴임 공무원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또 현직 협회 임원의 임기가 끝나야 퇴직 공무원들이 들어갈 빈 자리가 나기 때문에 수용에 한계가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일단 협회 상근직을 맡은 전직관료 들은 2∼3년의 임기가 끝나면 다른 단체로 영전되거나 일반업체의 고문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의 난제도 많다.
고위 공무원 영입에 대한 안팎의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큰 문제다. D그룹 관계자는 “영입 대상 인물은 대부분 정부쪽에 로비가 가능한 최고위층인 경우가 많다”면서 “하위 공무원 영입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A그룹 관계자는 “내부 직원 반발도 있을 수 있어 고액 연봉자인 공무원 출신 영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1부 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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