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무역입국의 그늘,밀수 밀화] ② 금·녹용 132년간 꾸준히 밀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7 16:35

수정 2014.11.05 11:54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항이 된 부산항을 드나든 밀수품은 어떤 것들일까.

예전의 밀수품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상품이 대부분이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우리보다 기술이 한 발짝 앞선 일본상품이 현해탄을 건너 부산항 등지로 밀반입됐다.

주로 선원 또는 보따리상을 포함한 일부 여행자에 의해 밀반입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값싼 중국 농산물과 녹용 등이 컨테이너에 내장돼 밀반입되거나 국제우편물을 이용한 마약류가 들어오는 것도 새로운 양상의 하나다.

개항 당시 밀수품은 생필품이 주종을 이뤄 대표적인 것이 성냥과 아편이었다. 이때는 쌀과 콩이 일본으로 밀수출되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양복지를 비롯해 맥주·담배·사탕 등이 들어왔고, 정부 수립과 한국전쟁을 치른 1950∼1960년대에는 나일론·향료·우산·재봉틀·베아링·화장품류·트랜지스터 라디오·융단(비로드)치마·주름치마·만년필 등이 밀수품이었다.

수출 100억달러 시대를 연 1970년대 들어서는 밀수 주종품목이 고급 사치성으로 큰 변화를 보이게 된다. 1974년 9월 당시 상류층 부인 28명이 관련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밀수보석거래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금괴·VTR·컬러TV·전축·녹용·선박엔진 등에서부터 1980∼1990년대에는 보석류·고급시계·카메라·밍크·골프채·상아·양주·VTR카메라·마약류 등이 밀반입됐다.

특히 한·중 수교 이후 교역량이 확대되는 틈을 타 한약재를 비롯해 수산물·참깨 등 농·수·축산물 밀수가 늘어났다. 외국명품을 위조한 가방이나 의류제품이 밀수출돼 국가 이미지를 흐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값싼 중국 농산물인 참깨와 고추·금보석류·마약류·짝퉁물품·비아그라 등이 밀수품의 주종을 차지한다.

부산항 개항 132년이 지나도록 변함없는 밀수품은 황금과 녹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고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사람에 따라 소박한 꿈으로 남아 있든 강렬한 욕망으로 남아 있든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바로 이 같은 인간의 욕망, 물욕과 성욕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품목이 황금과 녹용이 아닐까 한다.

황금과 녹용, 이 두 품목은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이 인간의 욕망 속에 수요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도 밀수범들은 이들 품목을 비밀리에 잠입시키려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용득 부산세관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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