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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수입폰값 두배 부풀려놓고 ‘선심 쓰듯’ 보조금

아이폰을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70만∼90만원대의 외국산 휴대폰 평균 수입가격이 채 4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들이 아이폰, 블랙베리 같은 외국산 휴대폰을 40만원 안팎에 수입해 소비자에게는 수입가격의 2배 이상이나 부풀려 소비자가격(출고가격)을 책정해 놓고 휴대폰 보조금 명분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비싼 정액요금제 가입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오히려 키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렇게 부풀려진 휴대폰 값은 이동통신사의 마진으로 남게 돼 고질적인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된 341만대 외산 휴대폰의 대당 평균 수입가격은 343달러(약 38만원)로 집계됐다. 휴대폰은 별도 관세가 붙지 않는 품목이기 때문에 수입가격 그대로 국내 이동통신사나 외국 휴대폰회사의 한국지사에 공급된다.

지난해 국내 휴대폰 시장에 가장 많이 팔린 외산 휴대폰은 애플의 '아이폰'으로 국내 판매대수만 160만대가량이다. 그동안 KT나 애플은 아이폰 국내 수입가격에 대해 함구해 왔는데 이번 관세청 집계를 고려하면 수입 휴대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 역시 평균 수입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은 KT를 거치면서 '아이폰4' 16기가바이트(?) 용량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81만4000원, 32?는 94만6000원으로 매겨진다.

SK텔레콤이 판매하는 블랙베리도 국내 소비자가격은 90만원대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산 휴대폰 수입가격이 얼마인지 밝히기는 어렵지만 국내 시장의 치열한 판매 전쟁을 위한 각종 행사나 마케팅, 사후서비스(AS)를 위한 비용을 모두 계산하면 이동통신사가 휴대폰을 구입한 비용보다 2배가량 높은 소비자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또 "국산 휴대폰 제조사들도 소비자가격을 80만원대 이상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외국산 휴대폰만 정직하게 수입가격대로 소비자가격을 정하기는 어렵고 국내 소비자들이 비싼 휴대폰을 선호하는 경향도 외국산 휴대폰 소비자가격을 부풀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현실을 털어놨다.

결국 이동통신사들은 외산 휴대폰의 소비자가격을 실제 수입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매겨 자신들의 마케팅이나 영업에 필요한 비용을 미리 챙겨놓고도 겉으로는 소비자에게 막대한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준다며 생색을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소비자가격이 부풀려진 것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비싼 정액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직장인 최모씨(36)는 "월 3만5000원짜리 정액요금제를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러 대리점에 갔는데 직원이 매월 정액요금 1만원을 더 내면 휴대폰 값을 15만원이나 더 할인받을 수 있다고 말해 비싼 정액요금제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이동통신사는 외산 휴대폰 수입가의 100% 이상을 고스란히 마진으로 남기면서 이를 보조금·휴대폰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휴대폰 값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단체나 국회 등이 정확한 휴대폰 값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풀려진 휴대폰 소비자가격을 바로잡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권해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