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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화웨이 대북거래 전격 조사 '北·中 동시 압박'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3 18:09

수정 2016.06.03 18:09

5년치 수출내역 제출 요구, 中기업 대북거래중단 예상
전략대화 앞두고 '초강수'.. 美-中 긴장감 더 고조될듯
【 서울.베이징=박종원 기자 김홍재 특파원】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와 관련 중국 민간기업에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꼽히는 중국 화웨이에 북한 등 제재대상 국가에 기술제품을 수출 또는 재수출한 모든 정보내역을 제시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해 직접 조사하겠다는 의미다.

오는 6~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앞두고 미국이 북한 핵문제 등에 미온적인 중국을 다각적으로 압박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우려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중국 기업까지 조사하면서 대북거래 중단에 나서는 중국 기업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대북제재의 '허술한 고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수단 등에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제품을 수출한 5년치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냈다. 또 화웨이가 제3회사를 통해 이들 나라로 보낸 화물 내역 기록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소환장은 텍사스주 플레이노에 있는 화웨이 미국 지사로 발송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와 관련, 상무부의 조치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와 관련한 조사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 일정부분 이상 포함된 제품을 북한,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 등 제재대상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상무부가 화웨이의 수출 규정 위반 혐의를 잡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는 조사가 이뤄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이번 조사로 미국과 중국, 양국의 긴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3월 화웨이의 중국 내 경쟁사인 ZTE가 이란 등 제재국에 미국의 기술이 담긴 제품을 수출해 규정을 어겼다며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제재로 ZTE는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 상무부는 3월 말 ZTE가 미 정부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풀어줬다.

화웨이의 회사 규모가 ZTE보다 훨씬 크다. 2014년 기준으로 화웨이의 매출은 600억달러(약 71조원)로 ZTE의 4배에 이른다. 화웨이는 스웨덴 에릭슨과 함께 최대 통신장비 공급업체로 꼽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미 상무부의 이 같은 전격적 조사는 최근 몇 달 새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해온 미국이 정치.군사.외교 이외에 경제적인 압박조치를 만지작거리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면담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겨냥하기 위해 '화웨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자 "(미국) 국내법에 따른 일방적 제재"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번 미·중 전략대화에서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반대로 중국은 북한 문제를 남중국해 문제와 연결시켜 아시아에서의 입지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p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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