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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지진, 지나치게 낙관하는 정부

[차장칼럼] 지진, 지나치게 낙관하는 정부

지난달 12일 월요일 저녁, 한반도가 발칵 뒤집혔다. 일찌감치 퇴근한 뒤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이들도, 회사 동료와 월요병을 치유하기 위해 소주잔을 기울이던 이들도 당시 벌어졌던 상황을 쉽게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날 오후 8시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 강진이 발생했다는 뉴스였다. 처음엔 규모 5.8이라는 수치가 와닿지 않았던 국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규모 7.0이 넘는 지진 때문에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해도 다른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5.8은 이보다도 숫자가 훨씬 작았다.

하지만 곧이어 인터넷 메신저가 불통이 됐다. 전화도 걸리지 않았다. 때마침 뉴스에선 경주와 부산, 울산 등 지역의 피해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물컵이 쏟아졌고 액자가 떨어져 깨졌다. 미장원과 음식점에 있던 손님들은 정신없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면도 있었다.

이제 '지진'과 '5.8'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갔다. 이해라기보다는 눈이 알아차리고 가슴이 깨달았다. 그제야 서둘러 친인척에게 전화나 메신저를 돌려보지만 통신은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정부가 계기지진을 관측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진 안전지대라던 한반도가 지진의 공포에 휩싸였다. 인터넷에선 전혀 쓸모없을 것 같았던 지진 대비 용품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지진 관련 책자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진앙지인 경주지역 주민의 사정은 더하다. 언제 또다시 지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대로 잘 수조차 없다. 지진과 무관하게 약간의 흔들림만 있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이미 경주지역에는 2일 오후 현재까지 454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반면 정부는 낙관적이다. 앞으로 규모 5.8의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원자력발전소 등의 시설물도 규모 7.0 이상의 내진설계가 돼있기 때문에 안심하라는 논리다. 나머지 내진설계가 부족한 시설물은 이제부터라도 튼튼하게 강화하겠다는 설명도 했다. 각종 의혹이 나오면 서둘러 해명에도 나선다. 물론 불필요한 불안감은 국가적인 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당장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확대 해석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늘 강조하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지진은 흔히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이다. 그렇다면 다소의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에 어울린다. 779년 3월 경주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해 집이 무너지고 수백명이 죽었다는 역사적 진실을 정부도 알고 있지 않나. 규모 6.5 이상 지진은 400년 주기로 되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정치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