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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절벽 악순환, 저성장 덫에 걸리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 기업들 투자 주춤 → 가계소득 제자리 → 얼어붙는 소비심리

내수절벽 악순환, 저성장 덫에 걸리다

내수가 심상치 않다. '절벽'이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내수부진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상황 때만큼 안좋다"고 했을 정도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묘안은 사실상 없다.

대출금리 상승, 가축전염병 만연으로 인한 체감물가 급등, 지역경제 침체 등 내수를 가라앉히는 요인만 산적해 있다. 내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가계의 구매력을 높여줘야 하지만 임금은 제자리 걸음이다. 내수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기업투자 또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지연되고 있다.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366만원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본격 국정을 운영한 2013년에 비해 임금이 11%가량 올랐다.

반면 기업들의 이윤은 임금소득 증가율보다 컸다. 상장사들의 기업 당기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상장 기업의 2013년 당기순이익은 70조원이다. 2015년에는 90조원까지 당기순이익이 증가해 28.5%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84조원으로 2016년에도 전년 당기순이익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당기순이익 증가폭은 더 컸다. 2013년 코스닥 상장사 당기순이익은 1조5000억원이었는데 2015년 5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국민총소득(GNI) 1565조8155억원 가운데 가계소득은 970조3642억원으로 62%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비중은 1998년 72.8%에서 2000년대 들어 60%대 중반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기업소득은 2015년 24.6%로 20년 전보다 10%포인트 가깝게 올랐다.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은 또 있다. 가계부채 증가와 최근 대출금리 인상 흐름이다. 가계부채는 2013년 1000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1300조원을 돌파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13년 133.9%에서 지난해 3.4분기 151.1%로 증가했다. 소득보다 빚이 많아 소비 여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 능력을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도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원유가 인상, 조류인플루엔자 및 구제역 등으로 서민 물가가 크게 오르는 추세다.
경기활성화에 따른 수요측면의 물가 인상이 아닌 셈이다. 특히 AI와 구제역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처럼 내수가 완전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소득보전, 감세조치 등 한시적으로 재정적자를 보더라도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