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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출렁]'터키 리스크' 이제 시작… 强달러 지속땐 증시 조정 길어질듯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3 17:30

수정 2018.08.13 17:30

리라화 급락하며 '직격탄'..日·中 등 증시 일제히 하락
환율 흐름이 증시향방 좌우, 내달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强달러 끊어낼지 관심 쏠려
[금융시장 출렁]'터키 리스크' 이제 시작… 强달러 지속땐 증시 조정 길어질듯

[금융시장 출렁]'터키 리스크' 이제 시작… 强달러 지속땐 증시 조정 길어질듯

13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4.34포인트(1.50%) 내린 2248.45에 마감됐다.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영향이다. 이날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13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4.34포인트(1.50%) 내린 2248.45에 마감됐다.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영향이다. 이날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터키 리라화 급락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증시를 압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 향방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환율 변동성을 꼽았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외국인 매도도 이어지고 있다. 단기간 충격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터키와 미국 간 갈등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처럼 그 배경에 정치적 다툼이 있는 만큼 갈등 봉합이 신흥국 증시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원화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리며 강달러의 압박을 떨쳐낼지도 관심거리다.

■관건은 강달러 지속 여부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13일 향후 증시 방향성에 대해 "신흥국 펀드와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가 떠나고 있어 당분간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터키의 외환위기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터키 금융불안이 초기 단계에 불과한 만큼 당분간 환율 및 외국인의 매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 관련 지표가 일제히 부정적으로 나온 점도 터키발 리스크를 장기적 불안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36.50원까지 치솟아 전고점(1135.20원)을 넘어섰다. 특히 터키발 불안 심리는 신흥국 증시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1.98%, 0.33% 하락했다. 홍콩항셍지수도 오후 4시30분 현재 1.51% 하락세다.

오 센터장은 "신흥국 통화가 전체적으로 약세가 지속되는 것은 (터키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일종의 전염이나 확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터키 금융시장 악화) 저변에 정치적 갈등이 깔려 있다"면서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폭탄'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터키가 유럽의 관문이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유럽 은행권에 위기로 확산될 위험성이 충분해 강달러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정상회담 등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요소가 강달러 행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 1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던 지난 4월 실제 원·달러 환율은 연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달 유엔총회 연설까지 원화의 기초체력을 키울 경우 신흥국 전체에 흐르는 강달러 기조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투자심리 악화 외에 국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리라화에서 원화까지 이어지는 경로가 많기 때문이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터키에 대한 경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터키 리스크가 유로화 환율의 점진적 강세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오 고평가 논쟁 이어질 것

외국계 보고서로 인한 바이오 업종의 전체적인 약세도 지수에 하방 압박을 가했다. 골드만삭스가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에 대해 각각 46%, 33% 할인된 목표가로 '매도' 의견을 내면서 바이오업종지수는 코스피지수 하락률의 두 배가 넘는 3.90%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코스닥시장 제약업종지수도 4.71% 하락하며 코스닥지수 하락률을 웃돌았다.

외국계 보고서로 인한 주가 급락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의 고공행진을 '성장주 프리미엄'으로 해석해오던 시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바이오 업종에 대한 '성장주냐, 거품이냐'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오 종목의 단기 실적 부진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날 매도 보고서가 나온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의 2·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각각 7%, 24% 감소했다.


오 센터장은 "시장의 수급이 약하고 투자심리가 쉽게 영향받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간 국내 바이오 종목이 글로벌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받는 것은 분명한 상황인데 (성장주라고 생각하던 투자자들의) 수급이나 심리가 흔들리면서 나쁜 평가가 나오자 반영되는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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