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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시간 하루도 안쉬고 일해도 늘 시간 부족"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30 08:00

수정 2020.09.30 08:00

[인터뷰] 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홍비치라 작가
한산이가 작가와 홍비치라 작가(부천국제만화축제 제공)
한산이가 작가와 홍비치라 작가(부천국제만화축제 제공)

한산이가 작가와 홍비치라 작가(부천국제만화축제 제공)
한산이가 작가와 홍비치라 작가(부천국제만화축제 제공)

"하루 15시간 하루도 안쉬고 일해도 늘 시간 부족"


[파이낸셜뉴스] 네이버웹툰에 인기리에 연재 중인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는 현직 의사가 쓴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으로 유명하다. 한산이가(인하대학교병원의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 작가가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 ‘골든아워’에서 영감을 받아 쓴 웹소설을 의학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홍비치라 작가가 만화로 연재하고 있다.

■이 작품 꼭 내가 해야 할 것... 작품에 대한 확신 느껴

작품은 세상의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고 매순간 환자를 살리느라 고군분투하는 중증외과 의사 백강혁의 활약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환자를 살려도 칭찬은커녕 적자만 쌓인다며 병원의 눈총을 받는 중증외상센터의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나라 ‘권역외상센터’의 냉혹한 현실을 엿보게 한다. 한산이가 작가는 “(‘골든아워’를 읽으면서) 이국종 교수가 최선을 다하는 데 주변 여건이 너무 뒷받침되지 않아 (그가) 좌절하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고 동시에 속이 쓰렸다”며 작품의 시작을 떠올렸다.

홍비치라 작가도 “현실이 웹툰보다 훨씬 고통스럽더라”며 “이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의료 현실과 의료진의 희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비치라 작가는 “새 연재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는데 계속 일이 안 풀려 고생하던 어느 날 즐겨보던 유튜브 ‘닥터 프렌즈’ 채널에서 이낙준 선생님 브이로그를 보게 됐다”며 “거기서 작가님이 ‘중증외상센터:골든아워’ 소설을 웹툰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뭔가 느낌이 왔다”고 덧붙였다.

곧바로 소설을 독파한 그는 “머릿속에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였고 ‘이 작품 꼭 내가 해야 한다!’ 는 확신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툰 작가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 작가는 국내에서 몇 명 없거든요. 그래서 자신 있게 포트폴리오를 바로 내밀었습니다.” 한산이가 작가는 “당시 포트폴리오를 보고 바로 소속사에 연결했다”며 홍 작가와 협업하게 된 당시를 설명했다.

■캐릭터들 간의 갈등, 화학작용 극대화해 독자에게 어필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는 고난이도 수술 장면을 포함한 생사가 오가는 의료계 현장을 다루지만 그림체는 여성 독자가 선호하는 ‘순정만화’체다. 주인공 백강혁은 뛰어난 의술뿐 아니라 얼굴과 몸매가 준수하며, 거침없는 발언으로 독자의 답답한 속도 시원하게 풀어준다.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30대 김사부 버전이라고 할까.

홍비치라 작가는 “김사부의 한석규 배우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백강혁이 나이가 들면 그런 카리스마 있는 백사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흐뭇해 했다.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을 직접 각색한 홍비치라 작가는 유머도 강화하고 복잡한 의학 관련 내용은 핵심만 간추려 누구나 쉽게 이 작품을 즐기게 했다. 각색 및 시각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얼까?

홍비치라 작가는 “원작 소설에서 의학적 시술 장면들이 디테일하고 재미있다”며 “그런데 나는 의료인이 아닌데다가 백강혁이 현실에는 불가능한 의술을 펼치기도 해 글을 읽고 상상하면서 일부 자료만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웹툰에서는 수술의 핵심만 보여주며 아주 쉽게 상황을 정리해주는 방향으로 진행해요. 메디컬 일러스트를 중간 중간 넣어 어떤 수술 과정인지 알려주고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지금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구나’, ‘백강혁이 뭔가 굉장한 의술을 써서 환자가 살아났구나’ 정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고요. 대신 캐릭터들 간의 갈등이나 화학작용을 극대화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홍비치라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직접 글과 그림을 책임져왔다. 이번 작품은 원작이 있는 첫 번째 작품. 원작자와 어떻게 소통했을까? “웹툰으로 만들었을 때 웹소설과 웹툰 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답은 간단했죠.” 홍비치라 작가가 찾은 해답은 수많은 독자를 만족시킨 한산이가 작가를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다행히 (한산이가 작가님이) 각색에 대해 폭넓게 이해해 주고 인정해줘 정말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소통은 주로 카톡과 메일로 하고 있어요. 의학적 고증이라든지 소설에서 각색되는 부분에 대해 상의하며 진행하고 있죠.”

수술 장면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시각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 그는 “시각화 과정은 늘 새로운 과제라 조금 어렵다”며 “(현직 의사인) 한산이가 작가님께 많이 의존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항상 빠르고 친절하게 자료를 주고 의학 정보도 주셔서 작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공유, 현빈, 주지훈, 소지섭 등이 드라마 주연 맡으면 '바람'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 그는 “역시 힘든 건 마감”이라고 답했다. “장르가 장르인지라 회차마다 많은 의학 공부와 자료 준비가 필요한데 시간이 너무 없어요. 하루 15시간씩 하루도 안 쉬고 일하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힘든 시간 뒤에는 그만큼의 보람이 따르는 법이다. 홍비치라 작가는 “하지만 이 작품은 매일 작업해도 즐겁다”며 “원작 소설이 정말 재미있어서 ‘빨리 웹툰으로 그려 독자님들을 만족시켜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열정을 불태운다”고 했다.

만약 드라마로 만들어질 경우 어떤 배우가 주인공을 연기하면 좋을까? 작가 개인의 취향을 물어봤다. 그는 “참 어렵다”면서도 “백강혁은 한산이가 작가가 생각한 공유 씨도 좋고 저는 주지훈, 현빈, 소지섭 씨도 좋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양재원은 박보검 씨나 이현우 씨, 서하나(백장미)는 김태리 씨나 김다미 씨”를 언급하며 “정말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누가 해주셔도 영광일 것 같다”며 크게 웃었다.

‘중증외상센터:골든아워 1기’는 100화를 예상 중이며, 1기가 끝나면 바로 2기를 제작할 계획이다.
그는 “한산이가 작가와 호흡이 좋아서 오래 작업하고 싶다”며 “훗날 내가 개인 작업을 한다면 사극 로맨스를 해보고 싶긴 한데, 아직은 중증외상센터뿐”이라며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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