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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서 '욱일기' 응원은 눈감고 '무릎 꿇기'는 징계…올림픽 정신은?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에 걸려있는 오륜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세계평화의 문에 걸려있는 오륜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반대하며 만든 포스터. (반크 제공) © 뉴스1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반대하며 만든 포스터. (반크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CO)가 오는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차별반대를 뜻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와 같은 일체의 정치적 의사 표현 행위를 금지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만을 강조한 채 표현의 자유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세계 곳곳에서 인종·성별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끊이질 않는데, 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억압하는 게 과연 화합과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냐는 비판도 작지 않다.

사실 올림픽에서 사회·정치적인 메시지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새로운 게 아니다. 50여 년 전 올림픽에서도 IOC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 표시 행위를 제재한 바 있다. 올림픽 대회마다 선수들의 의사 표현을 둘러싼 논란은 반복돼왔다.

◇IOC "도쿄 올림픽서 인종차별 항의 퍼포먼스 하면 징계"

지난해 12월 미국 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가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표시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도쿄 올림픽을 앞둔 IOC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IOC는 '헌장 50조'를 준수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IOC는 헌장에서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올림픽 기간 중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IOC는 41개 종목, 18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대표하는 선수 3500여명이 참여한 조사와 IOC 헌장 50조를 근거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설문 결과 선수 개인의 의견을 올림픽 경기장과 공식 행사에서 표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각각 71%, 69%로 나타났다. 시상대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게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67%였다. IOC의 이번 방침에는 무릎 꿇기, 주먹 치켜들기, 정치적인 손 모양, 완장 착용, 상징물 들기 등이 포함된다.

실제 과거 올림픽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등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가 제재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당시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칼로스는 육상 남자 200m에서 각각 금메달, 동메달을 딴 이후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징계를 받았다. 이는 당시 미국에서 일어났던 흑인 저항운동인 '블랙 파워'를 지지하는 행위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박종우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달렸다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유독 소극적인 IOC…30% 소수 의견도 존중해야"

그러나 최근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큰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건 선수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도쿄 올림픽이 전 세계적으로 차별과 혐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시점에서 열리는 만큼 선수들이 특정 퍼포먼스를 할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스포츠를 통한 화합을 추구하는 IOC와 같은 국제 스포츠 단체가 정착 차별이나 혐오의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정 국가 간 외교 문제 등으로 비화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의사 표현은 자제시키더라도 차별과 혐오 등 공동체 질서를 파괴하는 문제만큼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IOC를 제외한 주요 스포츠 단체들은 적극적으로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중심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대두됐는데, 미국 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소속 선수들은 국가 연주 때 단체로 무릎을 꿇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프로축구리그로도 확대됐다.

지난달 말 영국 축구 단체들은 소셜미디어(SNS) 회사들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며 한시적 SNS 보이콧(거부)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정책 홍보 블로그를 통해 도쿄 올림픽과 관련한 IOC의 결정 내용을 소개하며,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과 표현의 자유 중 무엇이 우선시돼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OC가 오히려 편향된 시각을 가진 듯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IOC의 기본적인 지향점은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혐오와 차별이라는 '전쟁'을 겪고 있기에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이벤트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야 하고, 바로 그런 것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범기 상징하는 욱일기 응원은 문제없나"

한편, 욱일기에 대한 일관성 없는 IOC의 결정도 논란이다. 무릎 꿇기 퍼포먼스는 금지하면서 욱일기 응원에 대해서는 정작 확고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경기장 안에서 욱일기 응원을 허용했는데, IOC는 정작 "문제가 되면 상황별로 판단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에서 "도쿄 올림픽의 욱일기 응원을 반드시 저지할 계획"이라고 적기도 했다. 앞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도 지난해부터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막기 위한 국제 청원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