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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수사 관행 답습 유감"
올해 상반기에 넘어간 통신자료만 255만건
이통사 "법 근거한 요청…거부 사례 없다 봐야"
"헌재 판단 마냥 못 기다려…국회가 나서야"
이용자, 통신자료 제공 알 수없고, 인지도 못해
올해 상반기에 넘어간 통신자료만 255만건
이통사 "법 근거한 요청…거부 사례 없다 봐야"
"헌재 판단 마냥 못 기다려…국회가 나서야"
이용자, 통신자료 제공 알 수없고, 인지도 못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발 언론인 통신자료 조회 논란으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동통신사(이통사)들은 별도 처벌 규정도 없는 전기사업법 83조 3항을 근거로 "법에 근거한 요청"이라며 사실상 요청이 있는 모든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기고 있다. 해당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인적사항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영장도, 이용자 통지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는 통신자료 조회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국회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편의' 위해 올해 상반기 제공된 통신자료만 255만건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SKT·LG유플러스 등을 비롯한 통신사업자는 연간 수백만건의 통신자료를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모두 법원 통제 없이 임의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아이디(ID) 등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개인정보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통신자료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통사의 확인만 있으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과 이통사들의 고객DB를 연결하는 중간서버를 통해 수사기관이 열람하는 형태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이통사들이 갖고 있는 전 국민의 고객정보가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마치 자신들의 서버인 것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민등록번호로 행정정보전산망에서 160개 개인정보를 끌고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이 통신자료 제공 근거로 드는 전기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이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자료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신자료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별도 처벌 규정은 없지만, 이통사들은 법에 근거한 요청으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자료, 단순 인적사항 자료 아냐"
이용자들은 어떤 이유로 수사기관에 자신의 통신자료가 제공됐는지 알 수 없다. 또 통신자료가 넘어갔다는 사실조차도 인지하기 어렵다. 별도 통지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이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 헌재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통신자료 요청 사유라도 알게 해달라"며 정보통신방법 30조 2항 2호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이 사건 역시 여전히 헌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면 한 해 몇백만건의 통신자료 요청을 통제해야 하는 등 수사 실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헌재 입장에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선효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통신자료가 기본적으로는 신원 확인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통신자료 역시 통신의 맥락, 통신 내용을 추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통신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으로 단순히 인적사항에 불과한 자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헌재 판단 나오기 전 국회가 나서야"
결국 통신자료 무단수집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통신자료를 요청할 때 영장을 제시하도록 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당시 수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이 통신자료 제공 시 이용자 통지 절차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했지만 지난 2월 소관위원회에 한 차례 상정되는 데 그쳤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 없이 통신자료가 무분별하게 제공되는 상황에서 마냥 헌재 판단만 기다릴 순 없다"며 "통신자료가 제공된 당사자에게 30일 이내 통지 규정 혹은 통지 기간 이유가 확인 가능하도록 하는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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