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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의 '수상한' 공간.. 여기서 채소가 자란다?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5 08:45

수정 2022.01.15 08:45

실내 수직농장 메트로팜, 5개 역사에서 운영중
이자트릭스·카이피라.. 유럽 품종 기르는 이유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사 내 메트로팜 / 사진=이혜진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사 내 메트로팜 / 사진=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매일같이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출퇴근을 하던 중 역사 내에서 조금 수상한 공간을 발견했다. 온통 연보랏빛 조명으로 물든 곳이었다.

여유가 있던 어느 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파릇파릇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SF 영화에서나 볼법한 광경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 조명·온도·습도.. 지하철역의 채소농장

이곳의 정체는 팜에이트(Farm8)에서 운영하는 '메트로팜'이라는 이름의 실내 수직농장이었다.

팜에이트가 서울시·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지하철 유휴공간에 조성한 공간이며, 현재는 5개 역사(상도역, 천왕역, 답십리역, 을지로3가역, 충정로역)에서 운영 중이다.

해당 공간에서는 이자트릭스,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등 생소한 이름을 가진 유럽 품종 작물들이 재배된다.


상추나 깻잎과 같은 쌈채소를 재배하는 국내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수상한 느낌을 줬던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은 메트로팜의 핵심이다. 빨간색·파란색·노란색의 인공조명은 뿌리와 잎의 성장에 관여한다.

재배실 내부 온도는 섭씨 20~24도, 습도는 65~70%로 식물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환경이 유지된다.

이곳에서 재배된 채소들은 내부 카페에서 판매되거나 자체 온라인몰·백화점 등을 통해 유통된다.

스마트팜, 유휴공간 활용하고 자원 절약까지

메트로팜은 '스마트팜'의 일종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해 자동으로 재배 환경을 유지·관리하는 농장이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빛, 온도, 습도, 양분 등의 환경 요소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제어된다.

메트로팜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다. / 사진=이혜진 기자
메트로팜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다. / 사진=이혜진 기자

스마트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친환경적이다. 첫째,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트로팜처럼 역사 내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고, 폐광이나 폐교와 같이 오래 방치된 공간을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농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에어로팜(AeroFarms)'은 유휴 공장이나 건물을 재활용해 농장을 조성한다.

둘째, 자원 절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팜은 기존 농업에 필요한 토지의 1% 미만을 사용한다. 주로 여러 개의 선반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수직농장(Vertical Farm)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 순환 시스템·분무식 재배 등을 활용해 물 소비량도 최대 90% 줄일 수 있다.

그 밖에도 미세먼지와 병충해에 안전하다는 점, 인구 밀집 지역 근거리에 조성 가능해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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