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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딱지 떼는 분뇨처리장... 6회 공정 거쳐 먹는 물 수준 정화 [현장르포]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8 11:00

수정 2022.08.28 19:00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 가보니
축산업계 최대 현안 분뇨처리
정화·에너지화 중심으로 풀어
오영종 공장장이 가축분뇨 정화처리시설 가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오영종 공장장이 가축분뇨 정화처리시설 가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홍예지 기자】 "가축분뇨를 정화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우리 공장에서 처리한 물은 당당히 '먹는물 수질검사표'를 통과했습니다."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에서 지난 26일 만난 오영종 공장장은 가축분뇨를 정화시킨 물을 컵에 받아주며 이같이 말했다. 물 온도는 35도. 무색무취의 미온수였다. 오 공장장은 "이제 분뇨로 액비뿐만 아니라 물도 생산할 수 있기에 전국 88개 공동자원화시설 가운데 최초로 재활용업에서 처리업으로 변경을 했다"며 "가축분뇨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악취는커녕 푸릇푸릇한 조경에 연못에선 주황색 붕어떼가 살고 있었다. 연못의 물 역시 가축분뇨를 정화한 물이다. '혐오시설'로 불리던 분뇨처리장의 변신이었다.

■먹는물 수준 분뇨 처리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동자원화시설에서는 축산농가에서 분뇨를 모아 물리·화학적 처리를 통해 퇴·액비를 만든다. 현재 전국 총 88개소가 운영 중이다. 퇴·액비화 80곳, 에너지화 6곳, 바이오연계 2곳 등이다. 이 중 제주양돈농협 공동자원화시설은 오염수로 퇴·액비는 물론 더 나아가 방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농가에서 가져온 분뇨는 막여과, 역삼투압 등 6차례의 공정을 거쳐 액비와 정화수로 재탄생된다. 하루에 액비 148t, 정화수 148t, 퇴비 22t을 생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이용수는 현재 청소용이나 조경용, 안개분무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 공장장은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농업용수로 사용해 가뭄 시 물부족을 해결하고 소방수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분뇨 처리 문제는 국내 축산업의 묵과할 수 없는 현안이다. 정부는 개별농가 퇴·액비화 중심에서 대규모 위탁처리시설에서의 정화 처리 및 에너지화 중심으로 가축분뇨 처리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공동자원화시설의 정화 처리를 늘리고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 고체연료 등에 활용하는 에너지화 시설도 확대하기로 했다.

■'친환경·스마트' 축산업의 미래

제주 조천읍에 위치한 건준목장에 들어서자 남다르게 높은 축사 천장이 탁 트인 느낌을 줬다. 높이가 무려 13m에 달했다. 천장도 투명 슬래브로 만들어져 쾌적한 분위기였다. 젖소들이 축사 안에서도 충분히 햇빛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건준목장은 3만평 규모의 초지에서 가축을 방목해 사육한다.

친환경 축산을 추구하는 건준목장은 지난해 3~4월 잇따라 유기축산물 인증과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건준목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농장 바로 옆에 위치한 유기농 조사료포다.
자체 조사료포에서 유기농으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을 재배해 젖소들에게 먹이고, 발생하는 분뇨는 부숙과정을 거쳐 전량 조사료포에 환원하는 완전한 형태의 자연순환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마트 축산업 전환을 위해 로봇착유기를 도입했다.


황호진 건준목장 대표는 "손주들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우유를 생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며 "유기축산이 가진 지속가능한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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